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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흙과 밀짚으로 지은 집' 생태적 삶, 그것이 바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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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흙과 밀짚으로 지은 집' 생태적 삶, 그것이 바로 행복

입력
2010.04.3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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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베 르네 마르탱 지음ㆍ전혜영 옮김/열음사 발행ㆍ304쪽ㆍ1만2,000원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빨간 알약을 앞에 두고 고민한다. 기계가 인간의 몸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세계에 안주할지, 약을 먹고 실제 세계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으며 살아갈지를 놓고 망설인다.

어떤 이들에게 은 네오가 꿀꺽 삼킨 빨간 알약과도 같은 책이 될 듯하다. 현대문명이 일궈낸 물질만능주의 사회 속 생활은 거짓으로 점철된 삶이고, 자연의 뜻을 따르는 삶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며 인생의 변화를 권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문명을 맹목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논거를 바탕으로 모순과 거짓과 부도덕성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맹폭을 가한다. 시장경제가 낳은 과잉 소비의 압박이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사람들을 노동의 노예로 만들어간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런 그에게 세계무역기구(WTO)는 "참가국 엘리트들이 자국 지도자의 훈령에 따라 결성한, 세계적인 대기업의 카르텔에 부합하는 조약기구"에 불과하다.

당연하게도 저자가 바라본 현대사회는 끔찍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벨소리와 쏟아지는 전자파에 시달리고, 유독 성분이 함유된 공기를 마셔야 한다. 각성하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에 바쁘고, 문제점을 간파한 사람들일지라도 집단이 만들어낸 관성을 쉬 벗어나지 못한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지만 문제는 결국 실천. 저자는 본보기가 되려는 듯 대량소비사회를 탈출, 프로방스에서 피레네 산맥의 오드 고원지대로 터전을 옮긴다. 친구에게 빌린 캠핑카를 임시 숙소 삼아 흙과 밀짚과 쇠똥으로 친환경적인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일주일에 6일, 하루 12시간의 노동으로 2년 만에 집을 완성한 그는 기쁨에 차서 말한다.

"이곳은 내가 누리는 낮과 밤을 채우기에 알맞은 곳이다. 과거의 나를 회상해보면, 걸음도 빨랐고 차도 빨리 몰았다. 게다가 책도 빨리 읽었고, 사랑도 급하게 했다… 지금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비로서 느림의 미학을 배웠다. 나는 오래전부터 머릿속으로 깨달았던 것들을 몸으로 느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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