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 스와미 등 지음ㆍ김재홍 옮김/알마 발행ㆍ336쪽ㆍ1만5,000원
큰 눈, 작은 코와 갸름한 턱을 가진 여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심리학자 바이런 스와미와 애드리언 펀햄이 쓴 은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육체적 매력을 느끼는 이유와 그 신체적 특징은 무엇인지를 진화심리학, 사회심리학, 비교문화심리학 등의 최근 연구결과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 그것은 젊어 보이는 상대가 잠재적 짝으로서의 생산력, 즉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진화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또 젊어 보이는 얼굴을 좋아하는 것은 돌봐주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내는 '아기같음'에 대한 선호를 반영한다고 한다. 큰 눈, 작은 코, 갸름한 턱은 '아기같음'의 특징들이다.
넓은 턱과 수염 같은 남자다운 얼굴을 여성들이 선호하는 것은 남자다운 특징이 성공과 관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다운 얼굴을 한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더 지배적인 지위에 오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서구에서 금발과 푸른 눈이 매력적이 된 것은 마지막 빙하시대(1만~1만1,000년 전)를 거치면서 나타난 진화의 결과라는 연구가 있다. 이 기간에 유럽은 혹독한 식량부족을 겪었고, 많은 남성들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고된 노동을 하다 목숨을 잃자 여성들의 비율이 높아졌다. 희소해진 남성들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보니 북유럽 여성들은 경쟁자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금발과 푸른 눈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캐나다 라발대학 피터 프로스트 교수의 주장이다.
금발과 함께 흰 피부는 여성들의 성적 매력과 결부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서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는 51개 사회 중 47개 사회가 피부색이 밝은 여성을 선호한다는 인류학 연구가 있다. 반대로 여성들은 얼굴빛이 검은 남성을 선호했다. 그러나 피부에 대한 선호도는 사회문화적 상황에 따라 복잡하게 나타난다. 일부 사회에서는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의 유산으로 검은 피부를 모욕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표준이 되는 피부를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 사람들은 영국인이나 오스트리아인보다 검은 피부를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저자들은 눈, 코, 얼굴, 키, 피부, 다리 등에서 시작해 노화, 걸음걸이 등 육체적 매력과 관련된 신체적 특성을 다룬 수많은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요즘 여성들의 신체치수에 대한 환상 즉, 여성의 신체치수 가운데 가장 작은 '44 사이즈'의 아름다움, '35-24-35'의 신화 등은 모든 사회에서 적용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아프리카와 남태평양의 여러 곳에서는 결혼을 앞둔 사춘기 여자 아이를 헛간에 격리시켜 통통하게 살을 찌운다.
저자들은 육체적 매력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개인적, 문화적 요인과 집단의 기준 등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육체적 아름다움을 감탄하고 음미하는 것은 오랫동안 화가, 시인, 철학자들의 몫이었지만 이제는 과학자도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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