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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생활 청산 후 NGO 기부나선 김장권씨 "사회에서 받은 것 조금이나마 갚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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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생활 청산 후 NGO 기부나선 김장권씨 "사회에서 받은 것 조금이나마 갚고 싶어"

입력
2010.04.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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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중순 지하철 서울역 환승통로. 국제구호 NGO인 월드쉐어 홍보 가판대 앞에서 김장권(62)씨가 후원 신청서를 작성했다. 낡은 면바지와 티셔츠, 꾹 눌러쓴 모자…. 복지관 생활을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 노숙자 티를 다 벗진 못한 상태였다. 직원이 그의 초라한 행색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김씨는 신청서를 건네며 말했다. "지난달까지 서울역에서 노숙했는데 지금은 일(희망근로)을 시작했어요. 이제 저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어요."

요즘 그는 서울 동자동의 한 여인숙 2평 남짓한 방에서 생활하며, 매달 3만원씩 월드쉐어에 기부한다. 공공근로(남산 야외식물원 청소ㆍ관리)와 폐휴지 수거로 월 50~60만원을 벌어, 방세(24만원)와 생활비를 써야 하는 그에게 3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그는 "사회에서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어서"라고 했고, 김정태 월드쉐어 간사는 "그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노숙자로 전락했다. 중동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그는 1987년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필리핀에 정착했다. 슬하에 4남매를 두고, 현지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느라 정신 없이 살던 중 어머니 작고 소식을 듣고 2006년 1월 혼자 귀국했다가 그는 가족들과 심하게 다퉜다고 한다. "유산 상속에 관련된 문제였어요. 결국 가족과의 연이 끊어져버렸죠." 그는 자세한 사연은 밝히길 꺼렸다.

돈을 좀 벌어 필리핀 사업에 보탤 욕심에 그는 눌러앉아 일을 시작했고, 3년간 모은 목돈을 세 들어 살던 집 주인에게 떼인다. 집도 경매에 넘어가는 바람에 졸지에 그는 길바닥으로 쫓겨났다. 일할 의욕도, 필리핀 가족 곁으로 돌아갈 엄두도 안 나더라고 했다. 지난 해 3월, 그렇게 그는 노숙자가 됐다.

그리고 석달 뒤인 6월, 그는 서울시가 노숙자 자활프로그램으로 연 '희망의 인문학'을 수강했다. 그리고 희망근로를 하며 활력과 용기를 되찾았다. 매주 일ㆍ월요일 아침마다 서울역 노숙자에게 배식봉사를 시작했고, 폐휴지를 모아 버는 돈 10만여 원은 봉사단체인 '소중한 사람들' 등에 후원했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돈을 떼 먹고 달아난 집주인에 대한 수배 요청을 거둬들였다. "인생공부를 다시 했죠.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는 봉사하면서 살고 싶어요. 돈은 또 벌면 되죠." 그는 틈틈이 노동일 등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저축도 하고 있다고 했다.

30일 그의 집 근처 한 복지관에서 만난 김씨는 노숙자들에게 밥을 퍼주느라 바빴다. 지난해 12월부터 오전에 일 마치고, 점심ㆍ저녁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걱을 놀리는 내내 "많이 드시고, 저처럼 꼭 일어나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필리핀 가족들에는 언제 돌아갈 생각이냐고 묻자 그는 "식구들은 돌아오라고 늘 성화죠.하지만 제가 빚진 건 갚고 가고 싶어요. 올해 말까지만이라도요"라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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