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상품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봄철 이상저온 현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고, 철광석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도 기업들의 채산성을 위협할 정도로 올랐다. 글로벌 상품가격 급등세가 자칫 회복기에 접어든 세계 및 국내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 '이상저온發 애그플레이션'
농산물(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대한 우려는 주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할 때 제기된다. 하지만 올 들어 전반적인 밀 가격은 공급증가로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번 애그플레이션 우려를 촉발한 것은 특이하게도 아시아 지역의 이상기후다. 콩과 보리 등 곡물 생산지인 중국 북동부지역은 올 봄 이상저온 현상으로 생산에 큰 피해를 입었다. 북부 지역에서는 4월인데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폭설까지 내려 작물이 얼어붙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게다가 원난성 등 서남부 지역은 지난해부터 100년 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을 겪으면서 겨울 밀 생산량이 급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공식적으로 "이상저온 등 기상 재해로 농산물 생산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발표하고 밀 재배농에게 주는 비료 보조금을 더 주기로 결정했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은 당연지사다. 지역별로 40%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출에서 식품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35% 정도로 상당히 크기 때문에 중국 물가는 올해 목표치인 3%를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이상저온 현상이 매년 되풀이되지 않는 한, 원자재 가격 상승처럼 추세적인 상승과 달리 농산물 가격은 올해 일시적인 급등세를 보이는 데 그칠 가능성도 크다.
철광석 등 원자재 수요 계속될 듯
글로벌 철광석 가격을 밀어 올리며 '아이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곳도 중국이다. 세계 경제 회복세와 더불어 글로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특히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은 금속, 광물 부문 원자재 수요의 80%를 차지할 만큼 왕성한 식욕을 자랑한다. 여기에 철광석 생산업체들이 매년 협상으로 정하던 기준가격을 분기별로 정하기로 하면서 올 3~4분기 철광석 가격은 톤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도 배럴당 80달러를 넘어 상승하는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불안한 상태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아직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각국의 출구전략을 앞당겨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대수 한국은행 종합분석팀장은 "중국의 원자재 수입 증가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고 있고, 최근 투기자금이 상품시장에 급속도로 유입되고 있는 것도 앞으로 원자재 가격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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