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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Banster' 골드만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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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Banster' 골드만삭스

입력
2010.04.3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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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말 뉴욕 월가에서 발발한 대공황의 광풍이 전 세계를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직후인 1933년 초, 미국 상원은 공황의 원인과 책임을 따지기 위해 조사소위를 꾸리고 위원장에 지방검사보 출신인 페르디난도 페코라를 앉혔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그는 여기서 당시 모두가 꺼리던 월가의 대부 JP 모건 Jr.를 가차없이 몰아붙여 주가 조작 등 월가의 탐욕과 비밀스런 거래를 낱낱이 밝혀냈다. 이같은 '페코라 위원회'의 활약 덕분에 오늘날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설립되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을 금지하는, 그 유명한 '글래스-스티걸법'이 탄생했다.

■ 이후 월가의 규범으로 자리잡은 이 법은 1990년대 말 돌연 폐지됐다. 투자은행 등 금융자본의 끈질긴 로비와 시장의 자율규제를 앞세운 정책당국의 합작품이었다. 60여년 전 페코라가 월가 자본가들을 '뱅스터(Banster; banker+gangster의 합성어)'라고 비난했던 것을 기억했으면, 이 법 폐지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견했을 법도 한데도 말이다. 그랬다면 월가의 금융공학자들이 '리스크 제로'의 환상과 탐욕에 빠져 괴물같은 파생상품을 만들고 또 한 번의 지구촌 재앙을 초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1869년 독일계 유대인 마르쿠스 골드만이 사위 새뮈얼 삭스와 함께 세운 140년 전통의 세계 최대, 최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S)가 사기혐의로 SEC에 의해 전격 제소된 데 이어 주요 경영진이 엊그제 상원 청문회에 섰다. 제소까지는 SEC 첫 여성위원장인 메리 샤피로가 야심적으로 조사국장에 기용한 연방검사 출신 로버트 쿠자미의 힘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언론이 '제 2의 페코라 위원회'라고 부를 만도 하다. 블랭크페인 GS 회장이 JP 모건 Jr.를 대신했을 뿐 상황과 플롯은 30년대 그대로이니 말이다.

■ 최근 GS 경영진이 2007년 주택가격 급락 때 "큰 돈을 벌었다"고 여기저기 자랑한 e메일까지 공개되고 손실이 예상되는 상품을 계속 판매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하지만 블랭크페인 등은 "우리는 고객에게 손해를 끼치는 어떤 베팅도 하지 않았다"고 뻣뻣한 태도로 일관했다. GS의 운명은 알 수 없으나 그들의 '억제되지 않은 탐욕'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청문회장 주변엔 'Banster'라고 쓴 항의 피킷이 다시 등장했고 정계 후원자들도 거리 두기에 바쁘다. "GS의 앞 'G'는 치욕의 상징인 주홍글씨가 됐다"는 비아냥을 사는 것은 그들의 업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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