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국내 최고 타이틀 '명인'을 차지하기 위한 영광의 레이스가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 제38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본선리그가 오는 4일부터 8월19일까지 4개월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한 판씩 벌어진다.
전기 우승자인 이창호, 준우승자 원성진과 홍성지 김승재 등 시드 배정자 4명에 이세돌 박영훈 조한승 강동윤 백홍석 김기용 박정근 안국현 등 예선 통과자 8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의 최정예 전사가 6명씩 2개 조로 나뉘어 결선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
올해 본선리그는 선수 구성이 확 젊어졌다. 서른다섯살 이창호가 최고령으로 유일한 30대고 10대가 두 명, 나머지 아홉 명은 혈기왕성한 20대다. 본선리그 멤버 평균연령이 24.3세로 역대 대회 중 가장 젊다.
본선리그 조 배정 결과도 흥미롭다. 대회규정에 따라 일단 전기 우승자와 준우승자를 각각 A조와 B조 1번에 놓고 전기 4강 중 상위 랭커가 B조 2번, 하위 랭커가 A조 2번에 배정됐다. 이어서 예선통과자 가운데 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가 A조 3번이 되고 그 다음부터 랭킹 순으로 지그재그 형태로 배치됐다.
이에 따라 A조에 이창호 이세돌 강동윤 백홍석 김승재 안국현 등 강자들이 한데 모여 과연 누가 결선에 오를 지 관심을 모은다. B조도 만만치 않다. 박영훈 원성진 조한승 홍성지 김기용 박정근 등 어느 한 명 간단히 넘어갈 만한 선수가 없다.
개인별로는 역시 랭킹 1위 이세돌의 거취가 가장 주목된다. 35기와 36기에서 연속 우승했지만 지난해 휴직으로 한 해 쉬고 올해 다시 예선부터 출전해 거뜬히 본선 무대에 복귀한 이세돌이 타이틀벨트를 다시 허리에 두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특히 이세돌은 연초부터 최근 비씨카드배 결승전까지 24연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4일 열리는 명인전 본선리그 개막전에서 백홍석과 맞붙게 돼 있어 연승행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지도 큰 관심거리다.
전기 대회서 이창호가 우승해 통산 13번째 명인위에 올랐지만 이세돌이 출전하지 않아서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본선리그에서부터 두 세계 정상이 맞대결을 펼치게 돼 바둑팬들은 모처럼만에 명승부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이세돌이 "가장 두고 싶은 상대가 이창호"라고 말했지만 두 선수는 올 들어 아이티난민돕기 자선대국을 한 번 가졌을 뿐 공식 시합에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이창호 이세돌을 제외하고 랭킹 10위권에서는 박영훈 강동윤 조한승이 본선에 올랐다. 아마추어 돌풍의 주역 박영롱을 물리치고 올라온 박영훈은 그동안 명인전과는 인연이 없었는지 올해 첫 본선 진출이다.
2007년 후지쯔배 우승으로 국내 최연소 9단이 됐고 2008년 GS칼텍스배와 맥심커피배를 품에 안았지만 작년에는 두 기전에서 나란히 준우승에 그치는 등 다소 저조했다. 그러나 올 들어 20승4패(승률83%)로 다승 3위, 승률 5위를 달리고 있어 다시 활약이 기대된다.
강동윤은 작년도 본선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예선에서 살아 남았다. 36기 명인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후지쯔배 결승서 이창호를 물리쳤고 천원전에서 이세돌을 이기고 우승하는 등 정상급 기사로 손색이 없었으나 올 들어 바둑왕전과 맥심커피배서 준우승에 그쳐 기세가 약간 꺾였다. 하지만 최근 삭발까지 하면서 스스로 열심히 담금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또 하나 특이한 인물이 바로 조한승이다. 35기에 준우승 했던 조한승은 작년말 입대해서 공식 기전 출전이 쉽지 않았는데 특히 명인전에 애착을 가지고 휴가 중 예선에 출전해서 결국 본선티켓을 따냈다.
어렵게 얻은 기회이니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며 각오가 대단했다. 특히 그동안 결정적인 순간에 약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해는 투철한 군인 정신으로 무장해 부족한 2%를 꽉 채우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전기에서 나란히 4강에 진출해 본선시드를 받은 홍성지와 김승재는 작년에 너무 힘을 뺐는지 올해는 약간 성적이 저조하다. 홍성지가 9승4패, 김승재는 5승5패로 대국수 자체가 별로 많지 않다. 그래도 아직은 랭킹 20위권을 꾸준히 지키고 있으나 올해 명인전에서의 활약 여부에 따라 랭킹 변동폭이 커질 것 같다.
김기용은 2007년 35기에 이어 두 번째 본선 진출이다. 당시에는 3승6패에 그쳤지만 그래도 국내 최대 기전 본선에서 강호들과 맞대결을 펼친 게 좋은 경험이 됐는지 이듬해 2개 신예기전에서 우승하며 바둑대상 신예기사상까지 수상, 일류기사로 가는 등용문을 통과했다. 그 후 한동안 잠잠하더니 올해 비씨카드배서 4강에 오르면서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이밖에 올해 처음 명인전 본선에 오른 백홍석 박정근 안국현의 활약도 크게 기대된다. 특히 작년 12월에 입단한 새내기 안국현은 명인전 본선 진출뿐 아니라 한국바둑리그에서도 신안천일염 자율지명선수로 뽑힌 올해 최고의 행운아인데 과연 이를 계기로 얼마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지 관심을 모은다.
백홍석은 2006년에 SK가스배서 우승하고 삼성화재배 4강에 오르는 등 뛰어난 활약을 보여 신예기사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각종 기전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려 랭킹 15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는 17승3패(승률 85%)로 승률 3위, 다승 8위를 달리고 있다.
2004년 한국기원 200번째 프로기사로 입단한 박정근은 이듬해 천원전 준우승으로 주목의 대상이 됐으나 한동안 뜸하다가 올 들어 다시 성적을 내고 있다. 현재까지 18승5패(승률 78%)를 기록하며 명인전과 물가정보배, KT배 등 3개 기전 본선에 올랐다.
역시 명인전 본선 진출자는 모두들 나름대로 본선에 오를 만한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과연 올해는 12명의 전사 가운데 누가 결선토너먼트에 오를 지 궁금하다.
명인전 본선 대국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하며 바둑TV에서는 낮 1시부터 모든 대국을 생중계한다. 각자 생각시간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지며 보다 박진감 있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승리 수당제를 도입, 승자에게 200만원 패자에게 70만원을 지급한다.
박영철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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