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 소 브라(멋지다, 멋져)"
27일 오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서울시티투어버스에 탄 페르우베 베르그비스(63•스웨덴)씨는 봄 꽃이 흐드러지게 핀 남산 길에 이르자 스웨덴어로 "멋지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딸을 만나기 위해 2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했다는 그에게 시티투어버스는 짧은 시간에 서울의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게 해준 발이었다.
서울 시티투어버스가 내ㆍ외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운행 초기 수익이 나지 않아 몇몇 민간 사업자가 운영을 포기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승객들이 방문을 선호하는 서울역이나 용산 미군기지 등을 운행코스에 넣고, '아이리스''결혼 못하는 남자'같은 인기 TV드라마의 소재로 서울을 등장시키는 등 홍보를 강화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0년 10월 운행을 시작한 이래 2009년 누적 탑승객이 82만 명을 넘었다"며 "올해 1ㆍ4분기에는 2만7,272명이 탑승해 전년 동기대비 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하루 만에 서울의 주요 명소를 둘러 볼 수 있는 편리성 덕이다. 광화문에서 출발해 덕수궁 창경궁 등 주요 고궁, 국립중앙박물관ㆍ전쟁기념관 등 박물관, 명동 동대문시장 등 쇼핑 명소를 고루 거친다. 도심 순환코스 기준으로 성인 1만원, 어린이 5,000원이면 오전 7시에서 오후 7시까지 무제한 탈 수 있다.
서울N타워에서 만난 겜 탄(25•필리핀)씨는 "내일 서울을 떠나는데 길에서 우연히 적당한 가격의 시티투어버스를 발견하고 바로 탑승했다"며 "다른 나라 시티투어버스는 가기 싫은 곳에도 들러서 설명을 들어야 했는데 서울버스는 가고 싶은 곳에만 방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통역이 가능한 관광 안내원과 '다국어음성안내시스템'의 친절한 설명도 외국인을 만족시키는 무기다. 개별 좌석에 설치된 음성안내기와 헤드폰을 통해 다음 행선지의 특징을 5개 국어로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이태원으로 향하면 그 곳의 유래, 음식점, 쇼핑정보 등이 상세히 소개된다.
여기에 버스에 한 명씩 배치된 안내원은 단순한 정류소 안내뿐 아니라 박물관 휴무일과 무료 입장 행사 정보 등 그날그날 변하는 관광지의 상황을 3개 국어(한국어 영어 일어)로 직접 설명해준다. 승객이 처음 버스에 탑승했을 때 그 사람의 행선지를 미리 확인해뒀다가 내려야 할 곳을 알려주고, 다음 버스 시각을 확인해 주는 등 일대일로 안내한다.
필리핀에서 온 라이한 아닐로(26)씨는 "다국어안내시스템에서 행선지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설명해주고 놓친 부분은 안내원에게 물어보면 다시 친절히 알려주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외국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시티투어버스에 내국인 탑승객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작년 기준 탑승객의 72.7%가 내국인이었다. 실제 버스 안에선 친구들과 서울 나들이에 나선 중년의 승객,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등 내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명동에서 친구 두 명과 버스에 오른 김영숙(61)씨는 "서울시민이지만 한번 타보고 서울구경을 실컷 해봤는데 괜찮은 것 같아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30분 간격으로 매시간 같은 시각에 버스가 도착하는 시스템이지만 각 버스정류장과 안내 책자 어디에도 버스 도착 예정시각을 찾을 수 없었다. 관람객들이 특정 장소에 내릴 때마다 자신이 몇 시 몇 분에 내렸는지 스스로 체크하긴 번거로운 일이다.
비를 피해 편의점으로 들어와 20여분 간 버스를 기다린 경기도민 이순이(42)씨는 "정류소에 내릴 때 안내원에게 다음 차가 올 시간을 들었지만 기억하기 힘들다"며 "안내책자에 정류소별 도착 예정시간을 표기해준다면 버스 시간에 맞춰 관람을 조절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아쉬운 부분이다. 2층 버스에는 장애인을 위한 좌석이 비치돼 있지만 전체 운행버스 7대 중 5대를 차지하는 1층 버스에는 별도의 공간이 없다.
또 대학생 할인은 있지만 장애인이나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할인 혜택은 없다. 시티투어버스에서 관광안내원으로 일하는 홍미옥(24)씨는 "가끔씩 장애인이나 경로우대할인에 대한 문의가 있다"며 "아직 할인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안내해 드리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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