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년생 김 모(11)군은 집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엄마 역할을 하는 고모는 지체장애 2급이라 혼자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들다.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여동생(8)은 몸이라도 아플 때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 으레 있기 마련인 그 흔한 자동차 장난감조차도 김 군에겐 사치에 다름아니다.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를 위한 양육 환경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이상의 취약계층 가정에 장난감이 없었으며, 아동용 책이 없는 가정도 3분의 1에 이를 정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8개 시ㆍ군ㆍ구에서 아동을 둔 차상위계층(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36만원) 이하 저소득층 부모 1만381명을 대상으로 '저소득 아동가구 생활실태 및 서비스 욕구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발표했다.
장난감이 하나도 없는 가정은 55.8%, 자녀용 책상과 의자가 없다는 가구도 49.7%에 각각달했다. 아동용 서적이 한 권도 없는 가정은 29.3%, 영ㆍ유아용 가구가 없는 가구는 78.2%에 달했다.
부모의 자녀양육에 관한 정보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부모의 25%가 자녀양육 관련 조언이나 정보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어고, 72.9%는 양육의 어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실상은 부모의 양육 상황 인식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부모들은 취약계층이 밀집한 지역 아동의 문제점으로 '방과 후 방치'(37.5%)를 가장 많이 꼽았고 문화활동 부족(28.4%), 성적부진(10%), 정서건강(8.2%)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적 문제 등으로 부모가 아이를 돌볼 시간이 부족한 탓에 자녀들이 혼자 보내는 시간도 많았다. 이들 가정의 자녀 34.3%는 하루에 2시간 이상을 혼자 보냈고 11.4%는 4시간 이상을 홀로 지냈다.
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드림스타트' 시행 지역을 작년보다 25개 늘린 전국 100개 시ㆍ군ㆍ구로 확대키로 했다. 드림스타트는 12세 이하 아동을 둔 저소득 가정에 전문관리사를 보내 건강ㆍ보육ㆍ복지 서비스를 통합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곽숙영 아동복지과장은 "서비스를 오래 지원 받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동의 정서 안정이 건강한 미래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만큼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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