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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장학사, 검사,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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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장학사, 검사, 그 다음은?

입력
2010.04.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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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사와 교장들의 만연한 인사ㆍ상납비리가 한 동안 신문 머리를 장식하더니, 이번에는 검사들의 추문이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다.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부산의 건설업자 정모씨가 폭로한 내용은 여러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사자들이 당혹스러운 나머지 둘러대는 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진실이 감춰질 것 같지는 않다.

다른 한편에선 전국 곳곳에서 시장과 군수들이 부정한 돈을 먹거나 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거나 직을 박탈당하고 있다.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업자한테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어느 군수는 위조여권을 이용해 해외로 달아나려다 공항에서 발각되자 잠적한 뒤 며칠 만에 검찰 수사관들과 자동차 추격전까지 벌인 끝에 붙잡혔다. 이쯤 되면 군수라고 부르는 것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또 어느 군수는 2억원의 현금 다발을 싸 들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찾아가 비서관에게 건네고 돌아가다가 뒤쫓은 의원 보좌관과 경찰에 붙잡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시장ㆍ군수들의 비리야 숫자가 많다는 것 말고는 대개 이권청탁과 관련된 전형적인 것들이어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그에 비하면 장학사 비리와 검찰의 스폰서 비리는 파장이 훨씬 크다. 그 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집단적, 관행적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래세대 교육을 책임진 장학사와 교장들이 돈으로 직을 사고 팔고,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일소해야 할 검사들이 업자와 유착해 부정한 향응과 금품을 받아왔다는 의혹 앞에서 할 말을 잃게 된다. 알려진 것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면, 도무지 이 사회에서 온전한 곳이 어디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비리가 불거지는 과정은 으레 추하다. 은밀한 거래와 유착, 갈등과 배신의 정형화된 패턴을 따른다. 교육계의 인사비리가 두 남녀 장학사의 술자리 싸움에서 비롯돼 배신과 폭로로 이어졌다면, 검사 스폰서 추문은 '동지적 관계'의 파탄이 가져온 결과다. 명색이 대한민국의 검사, 그 중에서도 검사장 반열에 오른 이가 자신의 '스폰서'인 업자에게 "너와 나는 동지적 관계에 있고 우리의 정은 끈끈하게 유지가 된다"고 말하는 낯뜨거운 통화내용이 전국민의 안방에 중계됐을 때, 국민들이 느낀 배신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모든 비리에는 당사자들 사이의 철저한 이해타산이 작용한다. 권력이든 이권이든 서로의 셈법이 맞아 떨어지면 유착관계가 지속되지만, 셈법이 깨지는 순간 평생의 '동지'에서 가장 무서운 '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

문제의 근본은 권력의 집중이다. 교장과 장학사의 권한이 너무 크기 때문에 돈을 주고 직을 사려하고, 검사에게 부여된 막강한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이 업자들에게 '보험'을 들게 만든다. '눈먼 돈'을 필요로 하는 구조 또한 비리사슬을 유지시키는 바탕이다. 교장과 장학사, 장학관은 상납할 돈이 필요하고, 교육감은 막대한 선거자금을 필요로 한다. 부장검사는 후배검사들에게 룸살롱에서 술 먹이고 가끔은 성매매도 시켜줘야 제 역할 하는 줄 안다.

해법은 이러한 원인을 해소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교장과 장학사의 권한을 제한하고, 검사의 권력을 나누고 견제해야 한다. 눈먼 돈에 기댄 접대ㆍ향응문화가 바뀌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정씨, 제3의 스폰서가 언제 또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설지 모른다.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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