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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여행 - 지구 반대편에서 미리 만난 가을… 아! 시리다

입력
2010.04.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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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바닷가 숲길을 따라 걷는다. 바람은 거세고 파도는 사납지만 정신은 맑고 호흡은 편해진다. 호주 남동부 해안 절벽 길 그레이트오션워크에서 듣는 자연의 숨소리는 거칠지만 매력적이다.

그레이트오션워크가 있는 빅토리아주는 호주에서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화가 많이 된 지역이다. 그래서 세련되고 현대적인 도시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알고 보면 자연이 살아있는 멋진 생태여행지다.

바람 맞고 걷는 절경의 해안 하이킹

그레이트오션워크를 이야기하자면 그레이트오션로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43㎞ 길이의 이 해안 도로는 국내 자동차 광고에도 배경으로 나올 정도로 호쾌하고 시원하다. 드넓은 초원과 잔잔한 개울, 거대한 해안 절벽 등이 있어 최고의 자동찻길로 꼽힌다.

그래도 자동차는 자동차일뿐, 진정한 여행은 몸으로 하는 것이다. 다행히 도로 옆으로 91㎞ 길이의 하이킹 길 그레이트오션워크가 나있다. 오르막내리막이 적고 험하지 않아,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한 비옷만 있으면 누구나 걸을 수 있다.

바다 근처가 대체로 그렇듯, 이곳도 바람은 매우 강하다. 나무는 다 크지 못한 채 한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 사진기 꺼내기도 쉽지 않고 가끔은 눈마저 감게 만든다.

바람과 짝을 이루는 것은 파도다. 보이는 것은 다 쓸어버릴 듯 공포의 물결이 해안 절벽을 때린다. 이곳 바다에서 200척 가까운 이민선이 좌초됐다는데 파도와 바람을 보면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 유럽의 이민선이 멜버른 상륙을 앞두고 난파된 것인데 소년, 소녀 단 둘 만 살아남은 이야기 등 극적인 사연들이 전해진다.

이렇듯 혹독한 자연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체험하겠다고 몰려든다. 단순한 경치 구경이 아니라 자연과 동화하고 선조의 이민 역사를 생각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레이트오션워크에서 만난 호주의 백인들은 그래서 한결같이 길에 대한 소감을 물었고, 경치가 좋고 공기가 청정하다는 대답에 만족스러워 했다.

야생 생태계의 보고 필립아일랜드

그레이트오션워크와는 또 다른 생태여행지가 바로 필립아일랜드다. 멜버른 남동쪽 130㎞ 지점에 있는 이 섬에는 코알라, 펭귄, 바다표범 등이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코알라를 가까이서 살필 수 있는 공간이 코알라보호센터다. 보호센터라고 하지만 야외에 펜스를 쳤을 뿐이다. 이곳에는 코알라 40마리가 살고 있는데 이 정도가 적정 수준이다. 사실 코알라가 생존 경쟁력이 뛰어난 동물은 아니다. 녀석들은 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는데 그것으로는 에너지 섭취가 부족해 하루의 대부분을 자면서 보낸다. 보호센터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잠 자는 코알라이지 활발하게 움직이는 코알라가 아니다.

펭귄퍼레이드에서는 이름 그대로 펭귄의 행진을 볼 수 있다. 섬에는 키가 33㎝에 불과한 페어리펭귄 6만 마리가 살고 있는데 놈들은 낮에 먹이 활동을 한 뒤 해가 지면 뒤뚱거리며 집을 찾아간다.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게 바닷가에 계단식 관람석과 나무 데크를 설치했다. 하지만 불빛 때문에 펭귄이 시력을 잃을 수 있어 사진 촬영은 할 수 없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에서 집을 찾아 걸어가는 펭귄을 보는 것은 이곳만의 색다른 경험이다.

펭귄퍼레이드 부근에는 세계 최대의 바다표범 서식지 노비스가 있다. 바다표범 2만여 마리가 사는 곳인데 주변 언덕의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필립아일랜드의 부속섬 처칠아일랜드에는 유서 깊은 농장이 있다. 양털을 깎고 소젖을 짜고 말 발굽을 만드는 19세기 서양의 농촌을 재연했다. 재잘거리며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 지금처럼 호주의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에는 시리고 차분한 풍경이 무르익는다.

자전거로 둘러보는 멜버른

350만명 이상이 북적거리는 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에는 자전거 또한 많다. 공원이나 강변도로는 물론, 고층빌딩 즐비한 도심에서도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 아직은 교통분담률이 미미한 편이나 최근 2년 동안 자전거 이용자가 2배로 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아진 가장 큰 이유는 교통정체다. 인구와 차량 증가로 길이 막히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전거로 눈을 돌린 것이다. 환경에 대한 인식의 확산도 물론 한 몫을 했다.

멜버른 사람에게 자전거는 레저수단이자 교통수단이다. 도심의 중심 찻길이라고 해봐야 왕복 4차로에 불과하고 차량 또한 적기 때문에 자전거 타기가 어렵지 않다. 찻길 옆으로 그어진 자전거 도로를 자동차가 침범하는 법도 없다. 그 때문에 자전거도 속도가 무척 빨라 자동차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속도 위반 자전거를 단속했다는 외신이 나왔을 정도다.

휴일이면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하는 가족을 쉽게 볼 수 있다. 상큼한 옷차림으로 경쾌하게 자전거를 타는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보인다.

자전거는 여행자에게도 유용하다. 차를 타도, 걸어도 멜버른의 명물 트램을 타도 좋지만 자전거를 타면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도시를 넓게 둘러볼 수 있다. 멜버른에서는 어디라고 딱히 자전거 코스를 한정할 이유가 없다. 지도 한 장 들고 마음 내키는 대로 가면 된다. 강, 공원, 녹지, 옛 건물, 현대 건물 등 이 도시의 매력을 하나씩 만날 수 있다. 언덕이 거의 없는 평탄한 지형이어서 자전거 타기에 힘이 들지 않는다. 거치대가 많기 때문에 잠시 자전거를 묶어둘 수도 있다. 본자자전거(www.bonzabiketours.com) 등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 멜버른 골목걷기

도시도 두 얼굴이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하고 번듯한 얼굴과, 그 뒤에 숨은 좁고 어두운 얼굴. 하지만 이 둘을 다 보아야 진정한 여행자라 할 수 있다.

세련된 도시 멜버른의 속살을 보려면 도심의 골목이 제격이다. 꼬불꼬불 이어진 골목에 음악, 거리미술, 패션 그리고 사람들의 정다운 대화가 있기 때문이다.

골목이 집중된 곳은 스완스톤거리의 서쪽 구역으로 도심 중의 도심이다. 큰 건물 사이로 해가 잘 들지 않는 골목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가운데 하드웨어골목에는 노천카페와 식당이 많다. 밤에는 라이브 음악이 나오는데 이때 흥에 취한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한다. 디그레이브스골목 역시 노천카페와 식당이 즐비하다. 수제 문구용품점, 액세서리 판매점, 디자이너 부티크가 많고 컵 케이크 등 먹을 것도 여행자를 유혹한다.

호시어골목은 그래피티로 유명하다. 스프레이 페인트 등으로 그린 거리의 미술 그래피티를 보기 위해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소지섭 등이 출연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나눈 곳이어서 한국인 여행자에게는 '미사골목'으로 불린다.

멜버른의 골목은 필수 여행코스가 된지 오래다. 여행자들이 골목에서 만드는 왁자하고 흥분된 분위기가 또 다른 여행자를 불러 모은다.

해설을 곁들여 멜버른 골목을 안내하는 '히든 시크릿 투어' 등의 여행 상품이 있다.

박광희 기자

■ 여행수첩/ 호주

●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이므로 가을 옷을 준비해야 한다. 조금씩 자주 비가 내리기 때문에 비옷도 하나 있어야 한다.

● 멜버른은 일찍 문 열고 일찍 문 닫는 가게가 많다. 쇼핑도 가급적 일찍 하는 게 낫다.

● 멜버른은 뮤지컬 등 공연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프린세스극장, 허머제스티극장 등에서 뮤지컬 한편 보는 것도 좋다.

● 그레이트오션로드나 필립아일랜드를 가려면 투어회사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여행사나 페더레이션 광장의 관광안내센터 등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02-752-4138) 등에 문의하면 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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