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가슴 속에서 영면(永眠)하소서"
46명의 용사들은 차디 찬 바다 속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그들의 마지막 길만은 외롭지 않았다. 국민들은 저마다 국화 한 송이를 마음으로 바치며 뜨거운 눈시울로 당신들을 잊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영결식이 거행된 29일 오전 10시. 전국에서 일제히 사이렌 소리가 1분간 울려 퍼지자 국민들은 젊은 넋들을 애도하며 고개 숙였다. '국민 애도의 날'로 선포된 이날 전국 공공기관 등에는 조기가 내걸렸고 시민들은 분향소를 찾거나 TV 를 통해 영결식을 보며 용사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고, 인터넷 공간에서도 추모 글들이 넘쳐났다.
평택으로 향한 대한민국의 마음들
몸이 어디에 있든 국민들의 애달픈 마음은 영결식이 엄수된 평택으로 향했다.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시민들은 TV와 인터넷 등으로 영결식 장면을 비통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집에서 TV 생중계를 보며 눈물을 훔쳤다는 주부 김수진(43·서울 사당동)씨는 "아들이 있다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고속터미널 대합실에서 TV로 영결식 장면을 보던 황영태(68)씨는 "사건 발생 한 달이 넘어서야 장례를 치르게 돼 안타깝다"며 "희생 장병들이 이제 편히 눈을 감고 편안한 곳으로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점심 시간에는 직장인과 학생 등이 공원벤치 등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길거리를 거닐다가도 DMB 등으로 실시간으로 영결식을 보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TV를 봤다는 이진영(27)씨도 "그 분들은 우리에게 희생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줬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현(25·한양대4년)씨는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서 크게 관심을 쏟지 못해 맘이 편치 않았는데, 오늘은 오전부터 도서관에서 인터넷으로 영결식을 봤다"며 "아르바이트 과외 가서도 수업 전에 과외 학생과 함께 안장식을 봤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 마지막 추모행렬
조문 마지막 날인 이날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마지막 작별을 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군 예비역(부사관170기) 출신으로 하루 휴가를 내고 군복을 입은 채 분향소를 찾은 회사원 이은성(34)씨는 "UDT 훈련 당시 스승이던 한주호 준위와 복무 당시 같은 부대 직속 후배였던 심영빈 중사와 손수민 중사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기 위해 왔다"며 "항상 후배들에게 격의 없이 대하시던 한 준위님과 선배들을 잘 따르던 후배들이었다"며 고인들을 추억했다.
군 부대에서 진행하는 TV프로그램 '우정의 무대'를 수십 년간 진행해온 '뽀빠이' 이상용씨도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아 장병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그는 "군함에서도 우정의 무대를 진행한 적이 많아서 그런지 너무 안타깝게 느껴져 지방일정을 끝내고 올라오는 길에 들렀다"며 "연평해전 전사자들도 형평성을 고려해 처우에 대한 재논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을 TV로 보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서울광장까지 한달음에 왔다는 민정숙(80) 할머니는 "부조금을 가져왔는데 낼 곳이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국 각지에 마련된 시민 합동분향소에도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날 오전 부산역광장 분향소에 봉래초등학교생 100여명이 찾아와 고사리 손으로 국화꽃을 들고 조문 했다.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도 시민 100여명이 추모사이렌이 울리자 묵념을 올렸다.
전국 각지에 설치된 51개 분향소와 91개 군부대 분향소에는 이날까지 31만 명이 넘는 분향객이 조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에도 추모 물결
주요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사이버 분향소에도 추모글이 줄을 잇는 등 온라인상에서도 추모열기가 뜨거웠다. 장례기간인 25~29일 네이버(9만2,300여건)와 네이트(6만8,000여건), 국방부 해군본부(6만 7,100여건) 등의 사이버 분향소에는 각각 수만 건의 글들이 올라왔다.
아이디 '청개구리'는 "젊고 싱그러운 46송이 무궁화 꽃이 차디찬 바다 속에서 지고 말았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아이디 '아따맘마'도 "그대들 젊음과 생명을 바쳐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대들 남은 가족과 전우들을 지키겠습니다"라며 젊은 넋들을 위로했다. 희생 장병의 미니 홈피에도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는 네티즌들의 글들이 끊이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아울러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추모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쏟아냈다. 아이디 '코뿔소'는 "철저한 원인규명이 최고 보상인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한 최고의 대책"이라며 "이제는 정확한 침몰원括?국민 앞에 밝혀지는 일만 남았다"고 적었다.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희생된 한주호 준위와 금양호 선원들도 잊지 않았다. 아이디 '희망40은 "천안함 희생자들을 위해 우리는 위로만 하지만 금양98호 선원들은 목숨을 바쳤다"면서 "아직 인양도 못한 금양98호에 있을 선원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글을 남겼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김주민기자·박준호기자·연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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