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에 처한 남유럽 국가의 신용등급이 추락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세계경제를 또다시 뒤흔들고 있다. '한 물 간 악재'여서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당사자들이 얼마나 신속히 공조체제를 갖춰 상황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후폭풍도 달라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충격이 덜하다. 하지만 방만한 재정운용과 도덕적 해이, 사회정치적 부패와 갈등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살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것은 2월 초다. 하지만 지원 규모와 방식을 둘러싼 유럽연합(EU) 내부의 논란이 이어지고, 그리스 등의 자구노력도 기대에 훨씬 못 미쳐 신뢰 급락을 자초했다. 결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그제 그리스의 국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부적격 정크본드 수준인 BB+로 3단계나 낮췄다. '제2의 그리스'로 지목된 포르투갈도 A+에서 A-로 2단계 낮췄다. 스페인 신용등급도 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이틀 만에 'PIGS'로 불리던 남유럽국가 중 이탈리아만 빼고 모두 낙제점을 준 셈이다.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위기의 진원지 그리스에 당초 450억 유로를 지원키로 했으나 부채규모가 날로 늘어나 1,000억 유로 이상 필요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그리스 등은 과도한 복지와 방만한 재정을 축소하는 긴축 노력을 소홀히 한 채 네 탓 공방에만 몰두해 국가부도 우려까지 나온다. 유로 존의 존립과 세계경제를 뒤흔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교훈 없이 지원만 받으려는 도덕적 해이를 용납해서도 안 된다.
EU와 그리스 등이 벌이는 게임을 보면서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 리스크에 따른'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운명처럼 달고 사는 우리로선 재정건전성이 신뢰 확보의 핵심이다. 엊그제 정부는 새해 예산편성 때 재정건전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강조하고, 국회는 국가채무 및 재정위험 요인을 통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바로 그런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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