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국인 디자이너가 뉴욕 패션계의 차세대 블루칩스타로 급부상했다. 양유나(32)씨다.
뉴욕 패션업계의 권위지 WWD는 이달 6일자 1면 커버스토리 '또 다른 차원(Another Dimension)'에 양씨의 2010 FW 뉴욕컬렉션 발표작을 단독으로 소개하면서 "소재, 조직, 색조의 미묘한 혼합과 단순한 형태미의 영리한 대조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가 신인디자이너 유나 양(Yuna Yang)의 작업에서 나왔다"고 격찬했다.
이 신문은 같은 날자 8면에는 '양의 세계(Yang's World)'라는 제하의 단독 인터뷰도 게재, 젊은 유망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WWD의 커버에 토종 한국인 디자이너의 작업이 단독으로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어렵사리 통화가 된 양씨는 "당황스러울 만큼 놀랐다"면서 "뉴욕컬렉션 첫 데뷔쇼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기뻐했다.
이화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양씨는 어학연수를 위해 2001년 이탈리아 밀라노로 날아갔다가 패션세계에 발을 들였다. 패션거리 몬테나폴리오네의 풍경과 사람들을 통해 패션의 매력에 푹 빠졌고 패션스쿨 마랑고니에 이어 영국 런던의 세인트마틴스쿨에서 여성복을 전공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피혁브랜드인 알비에로 마르티니에서 이브닝드레스 디자이너로 일했고 런던에서는 클레멘트 리베이로, 앤 소피 백 등 실험적인 디자이너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다.
"나만의 자유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욕망은 양씨를 세계 최대의 패션시장 뉴욕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가을 뉴욕에 브랜드를 설립하고 쇼룸 전시를 통해 뉴욕 시장 신고식을 치렀다. WWD의 격찬은 홍보대행사도 없고 이렇다 할 인맥도 없이 뉴욕 정착 불과 9개월만에 거둔 성과다.
컬렉션 직후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나르시소 로드리게스를 발굴해 뉴욕패션계에서 선구안을 인정받는 편집숍 '데보라 스미스', 유럽 브랜드를 주로 소개하는 뉴욕 소호의 편집숍 '데뷰'등이 양씨의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등 현지 업계의 반응도 뜨겁다. '소재의 활용과 재단이 독창적'이라는 것이 현지 평가다.
양씨의 이브닝드레스 한 벌의 소매가는 2,800~3,800달러에 이른다. 신인치고는 높은 가격대이지만 양씨는 매출 확대를 위해 타협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컬렉션 전부를 맨해튼에서 만들고, 고급스럽고 독특한 소재를 고집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소리다. 양씨는 "소망은 평생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일이 잘 돌아갔으면 하는 것"이라면서 "세대를 물려 입는 옷을 만들고, 세대를 물려 준다는 개념을 갖고 옷을 입는 고객을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