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 임영호)는 29일 서울시 등이 “시위로 인해 하이 서울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며 집회 참석자 민모씨 등 9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민씨 등은 서울시 등에 총 2억여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시민단체 등 집회 주최자가 아닌 참가자에게도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지자체가 참가자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인용된 첫 사례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초 예정됐던 하이 서울페스티벌 행사와 동시에 열린 ‘촛불 1주년 범국민대회’에 대한 불법성 규정에 앞서 2년전 촛불집회부터 먼저 판단했다. 재판부는 “(촛불집회는) 2008년 5월 말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고시 발표일 전후 초대형 불법시위로 변질됐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번 사건 시위는 폭력이 난무했던 촛불시위나 용산범대위의 추모대회(2009년1월~3월)와 주최자 및 참석자들의 성향과 주장이 거의 동일하다”며 “공공의 안녕에 직접적 위협을 끼친 것이 명백하다”고 단정했다.
재판부는 “시위대들은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거리행진을 뒤따라가면서 ‘명박타도’ 등 구호를 제창했고, 무대단상을 점거하는 등 행사를 방해했다”며 “피고들도 이런 시위행위에 따른 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민씨 등은 “표현의 자유를 억제코자 주도자들도 아닌 가담자를 상대로 거액을 청구하는 건 소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를 입은 원고가 반드시 주도자에게만 소송을 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가담자들에게 배상을 구한다고 집회의 자유가 억제되는 것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또한 자신들의 행위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이내라는 피고의 주장도 “페스티벌 행사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배척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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