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등장하는 인왕산 수성동 계곡을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회화 속 풍경을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하기는 처음이다.
이 곳은 종로구 누상동과 옥인동에 걸쳐 있는 인왕산 기슭 계곡으로, 물소리가 유명하다고 해 조선시대부터 수성동이라 불렸다. 문화재 지정 대상은 인왕산길 아래 계곡 상부에서 하부 복개도로에 이르는 길이 190m의 계곡 일대와 옥인아파트 옆에 있는 길이 3.8m의 돌다리다.
수성동은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이자 당대 명필인 안평대군(1418~1453)의 집터로도 유명하며, 현재는 철거 예정인 옥인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겸재는 평생을 산 백악산과 인왕산 아래 장동(壯洞) 일대를 여덟 폭의 진경으로 담아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으로 남겼는데 수성동의 풍경도 그 중 한 폭에 담았다.
옥인아파트 옆 돌다리는 안평대군 집에 있었다는 ‘기린교’(麒麟橋)로 추정되기도 했으나 최근 정밀감식에서 기린교로 단정할 증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겸재의 그림에 등장하는 데다 사대문 내 유일하게 원위치에 원형 보존된 통돌다리라는 점에서 문화재로 지정하기로 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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