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판박이' 메시가 춤출까
디에고 마라도나와 후계자들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축구의 영광 재현에 나선다.
마라도나라는 불세출의 천재가 출현한 후 아르헨티나 축구는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 2의 마라도나' 출현에 목말랐던 아르헨티나는 급기야 지난해 '초보 사령탑' 마라도나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는 용단을 내렸다. 현역 시절 아르헨티나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던 마라도나가 자신의 은퇴 후 월드컵에서 맥을 못추고 있는 조국에 우승 트로피를 선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마라도나에 울고 웃은 아르헨티나
마라도나의 현역 시절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은 그의 부침과 궤를 같이 했다. 마라도나는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1982년 스페인 대회에서 월드컵에 데뷔했다.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넣으며 '신동'의 이름 값을 해내는가 싶었지만 2라운드에서 무득점으로 부진했고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와 브라질에 연패하며 귀국 보따리를 쌌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천재'의 진면목을 선보이며 고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고 골든볼마저 차지하며 '마라도나 시대' 개막을 알렸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개막전에 '축구 변방' 카메룬에 패하는 수모를 당했고 매 경기 고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마라도나의 '천재성'에 힘입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네 번째 월드컵 출전이었던 94년 미국 대회에서 마라도나는 코카인 양성 반응을 보여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퇴출됐다. 2연승으로 기세를 올리던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불가리아에 0-2로 무너졌고, 16강전에서 루마니아에 2-3으로 졌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마라도나의 비중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마라도나를 누가 대신할 수 있으랴
마라도나가 현역에서 물러난 후 아르헨티나에는 수 많은 '제 2의 마라도나 후보'가 명멸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월드컵 무대에서 마라도나에 필적할 이는 나오지 않고 있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마라도나 은퇴 후 월드컵 본선 8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마라도나 후계자'로 꼽혔지만 성인 대표팀에서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아리엘 오르테가(34.리버플레이트)와 하비에르 사비올라(29.벤피카)를 꼽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마라도나의 배번 10번을 이어받을 정도로 기대를 모으던 오르테가는 네덜란드와의 98년 프랑스 월드컵 8강전(1-2)에서 어처구니 없는 퇴장을 당하며 '역적'이 됐다. 하비에르 사비올라는 2001년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서 득점왕과 MVP를 석권했고 마라도나가 뛰었던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제 2의 마라도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사비올라는 성인 대표팀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원조와 후계자'가 힘을 합했다
'마라도나'라는 이름은 아르헨티나 축구에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다. 남아공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고전하던 아르헨티나 축구협회가 지도자 경험이 일천한 마라도나를 사령탑에 앉힌 것은 이런 사실을 잘 설명해준다.
마라도나는 감독 취임 후 '풍운'을 몰고 다녔지만 어쨌건 아르헨티나는 본선에 진출했고 지난 3월 강호 독일을 1-0으로 꺾고 본선 전망을 밝혔다. 아르헨티나가 남아공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는 마라도나 감독이 자신과 가장 닮은, 혹은 그 이상이라는 리오넬 메시(23ㆍ바르셀로나)의 재능을 어떻게 극대화시킬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메시는 2008년부터 펄펄 날며 '마라도나의 재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라도나 감독이 메시의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마라도나 감독이 '자신의 판박이'를 남아공에서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마라도나 감독은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끌 경우 월드컵 사상 최고 스타로 기록될 전망이다. 90년 프란츠 베켄바워가 서독에 우승을 안긴 후 감독으로 월드컵에 나선 '왕년의 스타'들은 누구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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