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자 위조여권을 이용, 중국으로 출국하려다 실패해 도주했던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가 잠적 닷새째인 28일 서울에서 검거됐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이날 오후 9시께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근처 노상에서 민 군수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관을 피해 승용차를 타고 도주하다 추격전 끝에 검거된 민 군수는 서산지청으로 압송됐다. 검찰은 민 군수에게 여권변조 경위와 해외도피 시도 여부를 집중 추궁한 뒤 여권위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민 군수는 22일 감사원 감사 결과 2005~2008년 관내 건설업체에 관급 공사 7건을 몰아주는 대가로 3억원 상당의 별장을 뇌물로 받았고, 10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됐었다.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민 군수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며 "2~3일 안에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이틀 뒤인 24일 위조 여권을 이용해 인천공항에서 중국 칭다오로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됐다. 당시 민 군수는 측근 인사의 여권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하려 했으나 직원이 "여권이 좀 이상하다"고 지적하자 여권을 그대로 놓고 달아났다.
검찰은 민 군수가 잠적하자 당진군의 군수실과 비서실, 민 군수의 집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여권 위조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27일 민 군수를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민 군수의 밀항에 대비해 전국 항ㆍ포구의 해경 파출소 등에 수배 전단을 배포하면서 수색을 강화했고, 민 군수가 수도권 인근에 숨어 지낸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추적해 왔다.
천안 부시장을 지낸 민 군수는 2004년 보궐선거로 당진군수가 된 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재선했다. 이번 선거에도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3선을 노렸으나 비리 의혹이 드러나면서 공천이 취소됐다.
서산=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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