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정상에서 내려오던 오은선 대장이 스페인 원정대의 구조 요청을 받고 하산 일정을 늦춰가며 구조를 도왔다. 블랙야크 측에 따르면 27일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은 오 대장은 28일 오전 0시45분(한국시간)께 캠프4(7,200m)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후 날이 밝는 대로 하산을 하려 했지만 후아니토 오이아르자발 대장이 이끄는 스페인 원정대의 대원인 톨로가 7,700m 부근에서 탈진해 쓰러져 있다는 도움 요청을 받았다. 베이스캠프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오 대장은 애초 이날 오전의 하산 일정을 미루고 구조에 힘을 보태고자 캠프4에 머물렀다.
오 대장 일행은 전날 20시간에 가까운 강행군을 해 체력이 바닥나고 먹을 음식마저도 거의 남지 않아 직접 구조에 나서진 못하고 있다. 오 대장은 "가서 직접 구할 수 없지만 물과 음식, 산소 등을 지원하도록 대기해야 한다"며 하산을 미뤘다. 캠프2(5,600m)에 있던 오은선 원정대의 셰르파 3명이 자일과 배낭, 산소통 등을 짊어지고 스페인 대원을 구조하기 위해 캠프4로 떠났다.
하지만 오 대장은 구조대 도착이 늦어지자 결국 16시간 만인 오후 4시45분께 철수를 결정한 후 하산 3시간 만인 오후 7시45분께 캠프1(해발 5,100m)에 도착했다. 식량과 산소가 별로 남지 않아 오 대장 원정대도 위험에 처하게 되자 더는 머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으로 남은 식량과 자일, 산소를 캠프4에 있는 스페인 원정대 셰르파에게 넘기고 하산했다.
오 대장은 캠프1에 도착한 후 "하산 때 눈이 날리고 안개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화이트 아웃 현상이 있었지만 위험한 순간을 잘 넘기고 캠프1에 내려왔다"고 무전을 통해 베이스캠프에 연락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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