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스타도 아니고, 왕년의 대스타도 아니다. 연령도 어중간한 30대. 그래도 콘서트만 했다 하면 2,000석이 간단히 들어찬다. 관객들도 다양하다. 10대에서 50대까지 그의 음악에 환호하고 박수를 친다. 2004년 '고래의 꿈'으로 늦깎이 스타가 된 바비 킴(37)의 요즘 모습이다.
바비 킴이 지난 27일 3집 앨범 'Heart & Soul'을 내놓았다. 3년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이다. 음악 팬들은 이 앨범을 발매 하루 만에 음반 판매 차트 실시간 1위에 올려놓으며 '솔의 대부'의 귀환을 환영했다.
바비 킴의 새 앨범은 솔과 록, 포크 등 다양한 음악들을 품고 있다. 그의 말대로 "여러 음악이 비빔밥 같이 섞여있는 앨범"이다. 우수 어린 목소리가 외려 따스함을 전하는 바비 킴의 매력이 잘 살아있다. 특히 타이틀곡 '남자답게'는 브라스밴드 사운드가 실어내는 라틴 리듬이 시원시원하다. '난 또 이 세상에 몇 번을 깨져도 멈추지 않아…' 등의 가사가 음악과 삶에 대한 그의 각오로 들린다. 바비 킴은 "늘 그랬듯이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앨범에 힘들게 살아 온 내 인생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명 시절을 오래 보내면서 사랑의 아픔도 겪었고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얻은 이러저러한 감정을 슬프고 흥겨운 느낌으로 녹이고 싶었습니다."
그는 힙합그룹 '부가킹즈'의 멤버이기도 하다. 부가킹즈에는 랩과 직설적인 가사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열정적인 모습이 스며있지만, 솔로 앨범은 고독이라는 정서를 서정적으로 전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부가킹즈 노래는 직접 작사를 하지만 솔로 앨범은 전문 작사가에게 맡긴다"고 했다. "지금은 물질적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쓸쓸합니다. 유명해지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마음은 똑 같아요."
그는 지난해 공연계의 흥행 보증수표로 거듭났다. 서울 부산 등 12개 도시를 찾은 데뷔 16년 만의 첫 전국 투어에서 매번 매진을 기록했다. 31번 무대에 올라 4만5,000명을 기쁘게 했다. 올해 전국 투어도 성공적이다. 서울, 부산, 경기 고양시, 성남시, 경남 창원시 등에서 벌써 1만5,000명 가량을 모았다. 6월을 제외하고 9월까지 10개 도시를 돌며 매 주말마다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그는 "좋아하는 술을 못 마셔 미치겠다"면서도 "살 맛은 난다"고 말했다. "음반을 내면서도 TV에는 자주 나오지 않으니 공연장을 많이 찾는 듯 하다"며 겸손해 하기도 했다. "다양한 연령층이 몰려오니 무대연출 하려면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발라드를 많이 부르면 젊은 분들이 심심해해 힙합을 하기도 하는데 나이 드신 분들도 금방 따라옵니다. 저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이니 힘들어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그는 "미쳤냐"는 주위의 힐난에도 정규 앨범이라는 형식에 집착했다. "오랜만에 나오는 앨범인데 4곡 정도만 넣으면 팬들이 아쉬워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음반시장이 안 좋으면 '나라도 사게끔 하자'는 욕심도 작용"했다. "저는 MP3 플레이어도 없어요. LP나 CD로 음악을 들어야 그 가수의 향이 느껴지는 듯해요. '나 같은 사람도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음반을 만들어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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