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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선택인가? 모험인가? 가정분만 찬반 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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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선택인가? 모험인가? 가정분만 찬반 양론

입력
2010.04.2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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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인 슈퍼모델 지젤 번천에 이어 우리나라 여성 탤런트가 자신의 집에서 분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정분만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동네 산부인과에서 분만실이 사라지면서 복잡한 대형 병원에서 분만을 꺼리는 임신부가 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가정분만의 찬반 양론을 들어보았다.

贊: 분만을 가족 모두 참여하는 축제로

박문일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와 가족이 원하고 철저히 준비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가정분만을 하면 분만을 가족들의 축제로 만들 수 있다"며, "가정분만의 가장 큰 장점은 가정의 편안함으로 분만의 두려움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가정분만한 탤런트 김세아 씨도 한 잡지와 인터뷰에서 "낯선 병원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아이를 낳고 싶진 않았다.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들으면서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때론 침대에 누워서 진통을 하면 훨씬 고통이 덜할 것 같았다. 집안의 조명도 내가 원하는 대로 차분하게 해놓을 수 있고, 병원에 환자처럼 누워 있는 것보다는 훨씬 편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분만에 남용되는 의료처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한다. 가령 제왕절개나, 분만촉진제 투여, 회음부 절개, 내진(질에 손가락을 넣어 자궁경부의 확장 정도를 확인하는 일) 등을 꼭 필요한 경우, 산모나 가족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부와 산부인과 의사> 의 저자로 유명한 미셀 오당은 "출산은 가정이나 가정처럼 꾸민 병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출산에 기계의 개입이 많을수록 아이가 폭력성을 띨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교수 역시 "가정분만이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가정분만을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수"라고 말한다. 우선 산부인과 전문의와 꾸준한 상담을 통해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어야 한다. 또 산소마스크와 비상약, 산소통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물품도 갖춰야 한다. 신생아 탯줄 자르기나 목욕을 시키기 등 출산 후 태아를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산부인과 전문의와 함께 전문 조산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조산사는 간호사 자격증이 있고 일정 교육을 거쳐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면허를 받을 수 있으며, 현재 전국에 80여 개의 조산원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대한조산협회에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정분만에 드는 비용은 보통 60만~100만원으로, 병원 자연분만보다 다소 비싸다.

反: 응급사태에 대한 대응이 미흡할 수 있어

강진희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가정분만에 회의적이다. 강 교수는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분만 현장에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응급상황들이 많이 생기는 것을 경험했다"며 "가정분만을 하면 이런 응급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분만과정에서 정상적이던 산모나 태아에게서 의료사고를 의심 받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증상이 생길 때도 있고, 진통하는 동안 산모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도 갑작스럽게 태아의 심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응급상황에서는 급하게 제왕절개를 시도한다고 해도 태아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산모에 따라서는 자궁수축 부전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출혈이 많아지기도 하는데, 이는 예나 지금이나 모성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위험하다. 또한 분만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후 신생아의 상태가 갑작스럽게 나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경험이 많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진료가 적절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가정분만을 하면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밖에 강 교수는 "요즘 가정분만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하지만 여전히 위생면에서 문제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기구의 소독 상태가 미흡하거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가정분만이 다시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회음 절개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병원의 촉진제 사용과 제왕절개 권유 등이 산모들의 불신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회음부 절개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회음부가 분만 도중 심한 열상을 입으면 요도와 항문의 기능도 상당히 저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산모들이 병원 분만에 대한 불신으로 가정분만을 택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병원에 요구하고 의사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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