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이 기준치를 넘는 어린이용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현행법으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어 어린이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불법 제품으로 적발돼도 이러한 제품을 수거하고 폐기할 책임은 시ㆍ도지사에게 있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이 때문에 불법 제품으로 적발된 제품이 시중에 버젓이 팔리는 현상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28일 어린이ㆍ유아용 13개 품목, 492개 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벌인 결과, 10%에 가까운 48개 제품에서 유해화학물질이 기준치를 넘거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완구는 조사 대상 110개 중 8개 제품에서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유해화학 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를 최고 177배나 초과해 검출됐다. 또 3개 제품에선 납과 크롬 등의 중금속이 기준치의 2~30배를 초과했다. 어린이용 장신구에서도 20개 제품 중 2개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최고 209배, 6개 제품에선 납이 기준치의 최고 22배나 검출됐다.
유아용 세발 자전거도 20개 중 2개 제품에서 납과 크롬이 기준치를 넘었다. 특히 이륜 자전거는 24개 제품 중 무려 6개 제품의 브레이크 패드에서 석면이 검출돼 충격을 줬다. 석면 브레이크 패드는 지난해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졌는데도 이번에 다시 검출된 것이다.
유모차는 22개 제품 중 1개에서 방부제로 사용되는 포름알데히드가, 또 다른 1개 제품에선 납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유아용 캐리어도 10개 제품 중 3개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를 웃돌았다. 유아용 섬유제품 147개 중에서는 6개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의 최고 6배나 검출됐다.
가장 안전해야 할 유아 및 어린이용 제품이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은 불법 제품으로 적발돼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불법제품의 개선ㆍ수거ㆍ폐기의 책임은 시ㆍ도지사에게 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적발된 불법 제품을 그대로 팔아도 과태료는 최고 900만원이다. 특히 불법 제품을 적발하더라도 해당 기업명과 제품명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불법 제품을 만든 기업과 제품의 정보를 공개할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작 유해화학물질과 중금속이 검출된 어린이용품이 무엇인지조차 국민들은 통 알 수가 없다.
지경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불법 제품을 만든 기업과 제품의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불법 제품은 해당 기업에서 책임지고 수거하는 '강제 리콜'제도도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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