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신경쓰지 않는 세계적인 부호인데 두뇌까지 비상하다. 잘 생긴 외모에 중년의 중후함을 갖췄고 빵빵 터지는 유머감각까지 지녔다. 슈퍼히어로로 세상을 구하는데 배트맨 등이 운명처럼 겪어야 했던 고독이나 고뇌 따윈 없다. "내가 바로 아이언 맨"이라 공개하며 오히려 영웅심리를 즐긴다. "잘났어 증말!"이라는 십 수년 전 유행어가 절로 흘러나온다. 2년 전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던 '아이언 맨'은 그렇게 쿨한 새로운 영웅상을 제시하며 한국에서 430만 관객을 유혹했다.
속편 '아이언 맨2'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노점에서 6달러어치 딸기를 사면서 고급시계를 서슴없이 벗어주고 어여쁜 여인만 보면 눈빛이 끈적해진다. "적국에선 10년 후나 아이언 맨 수트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호언장담 속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자신감이 녹아있다.
'재수 없다'는 강한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뭇 남성과 여성의 판타지를 유발하는 토니의 묘한 매력이 여전히 재미를 던진다. 토니를 위협하는 러시아 악당 이반 반코(미키 루크)의 인상도 강인하다. 토니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부와 기술을 뺏기고 쫓겨났다고 생각하는 그는 토니 못지않은 두뇌로 악당기질을 발휘한다. 자신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원자로 물질에 중독돼 조금씩 죽어가는 토니의 고민이 토핑처럼 얹히며 영화의 맛을 더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아이언 맨 수트를 입은 토니와 이반 등의 대결. 거대한 공갈빵 같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로봇 액션보다 밀도가 높다. 액션의 쾌감은 당연하게도 더 진하다. '트랜스포머'의 액션이 5인분의 스테이크를 억지로 먹는 기분이었다면, '아이언 맨2'의 액션은 스테이크를 과식한 느낌이다.
비밀요원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등장은 뜬금 없다. "왜 나왔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후편을 위한 포석이라니 참을 수 밖에. 1편에 이어 존 파브로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다. 가볍고 가벼운, 유쾌한 오락영화다. 2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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