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기자의 60.2%는 성접대 요구를 받았다. 45.3%는 술 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았다. 31.5%는 남자가 신체 일부를 만지는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브리핑을 통해 밝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 연기자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고 장자연씨 사건에 이어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이른바 '몸로비' 문제가 또다시 공론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 역시 의혹만 무성한 채 흐지부지될 것이다. '몸로비' 의혹은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인 여성 연예인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씨처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 '몸로비'에 대해 밝힐 여성 연예인은 없다.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개선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몸 로비'는 남성 권력자가 젊은 여성의 몸을 빼앗는 대신 여성 연예인에게 돈을 주거나 스타가 될 수 있도록 하면서 생기는 일이다. 이 권력을 어떤 법과 제도로 빼앗을 수 있는가. 차라리 MBC 'PD수첩'이 '검찰 스폰서' 편처럼 내부 고발자를 찾아 '연예인 스폰서'편을 취재해서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게 빠를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문제는 대중으로 돌아간다. 한국에서 유독 '몸로비' 문제가 불거지는 건 '몸로비'를 요구하는 자들이 악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언더그라운드나 지역 방송을 시작으로 스타가 되거나, 무명 시절부터 한 단계씩 공개 오디션을 통해 스타가 되는 연기자는 찾아보기 드물다.
한국에서 스타는 대부분 자본이나 매스미디어의 힘을 업고 탄생한다. 그만큼 연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사욕을 채울 수 있는 여지가 많고, 대중은 그들이 제시하는 연예인 중 일부를 스타로 수용한다. 극단적으로, 미국의 유명 TV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투표로 1등을 해서 스타가 된 가수는 로비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몸로비'를 비롯한 연예계의 수많은 비리를 막으려면 대중이 스스로 자신의 스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중이 만들어낸 진짜 스타는 적어도 다른 이들의 힘에 휘둘릴 가능성이 적다. 물론 장기적일 뿐만 아니라 불완전한 대안이다. 또한 지역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한 소규모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자와 제도적인 개선이 필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처럼 단지 법과 제도를 개선하자는 외침이나 인터넷 리플을 통한 분풀이 만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움직여라. 최소한 좋아하는 연예인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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