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 교직원단체 명단 공개 금지결정 이행을 촉구하면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배상토록 한 데 대해 조 의원과 한나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조 의원 등은 이 과정에서 "정치에 대한 사형선고" "국회의원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 "조폭판결"이라는 등의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대단히 우려할 만한 법인식이다.
우리는 법원이 공개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을 때 전교조 활동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개인 신념체계에 대한 강압기제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명단 공개는 민주원리에 반하는 것임을 지적했다. 조 의원은 "법원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중앙지법 결정은 의원 개인의 의정활동 자료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결정이고, 이번 남부지법 건은 그렇게 제공된 자료의 전면 공개에 관한 것이므로 사안이 다르다.
그런데도 조 의원과 한나라당의 반응은 국회의원의 권위가 법의 상위개념인 듯 착각하는 것이어서 더욱 볼썽사납다. 법이 국회의원에 부여한 면책특권이나 회기 중 불체포특권은 의원의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것이 아닌, 다만 의정활동을 위한 것이다. 조 의원이 행한 명단 공개는 엄밀하게 의정활동의 범주로 보기도 어렵다. 더욱이 법원은 교사들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판단한 것이지, 의정활동을 판단한 것도 아니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지만 제정된 뒤에는 누구나 똑같이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하고, 그 판단은 법원에 맡겨져 있음은 상식 아닌가.
조 의원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만큼 최종 결론은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런 법적 절차를 두고 조 의원 등이 거의 막말 수준으로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최근 일련의 판결시비 과정을 겪으면서 정치인들의 인식이 마침내 법원 경시를 넘어 함부로 실정법을 경시하는 상태에까지 이른 게 아닌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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