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말, 43세의 로댕은 조각가인 친구 알프레드 부셰가 이탈리아로 떠나면서 맡긴 작업실에서 강의를 하면서 가슴과 영혼이 온통'조각'의 열망에 가득 찬 열 아홉 살의 어린 처녀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카미유 클로델. 조각에 대한 천부적 재능과 강한 의지, 발랄한 표현력, 지식과 미모를 갖춘 카미유에게 로댕은 단번에 반한다. 매혹과 숭배. 로댕은 그녀를 조수로 받아들이고, 함께 작업하면서 둘은 연인 사이가 된다. 카미유에게서 이상적인 여인상을 발견이라도 한 듯, 로댕은 새로운 영감과 예술의 세계로 나아간다.
■ 망설임 없이 둘은 <지옥문> <칼레의 시민> 에서 서로의 재능을 공유했다. 로댕은 "내가 사랑하는 천재적인 여성"을 <사색> <오로라> <회복기의 환자> 속에 등장시켰다. 그것도 성에 안 차 짧은 머리, 모자를 쓴 그녀의 얼굴을 조각으로 남겼으며, 카미유 클로델이 만든 자신의 흉상을 좋아했다. 시인이자 로댕의 비서였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사색> 에서 카미유의 눈빛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돌의 무거운 잠에서 서서히 솟아오르는, 삶을 바라보는 초월적인 시선이다."사랑의 환희와 고통 하나하나가 로댕에게는 <입맞춤> <영원한 우상> <사랑의 도피> 였다. 사랑의> 영원한> 입맞춤> 사색> 회복기의> 오로라> 사색> 칼레의> 지옥문>
■ 그러나 카미유는 가난한 시절(1864년) 로댕이 만난 로즈 뵈레가 아니었다. 평생 모욕과 바람기를 감내하고, 73세의 나이에 그것도 숨지기 2주일 전에야 결혼식을 올려야 했던 재봉사 출신 조강지처와 달랐다. 강하고, 불 같았으며, 자의식과 집념이 넘쳤다. 그녀는 연인과 제자, 독점과 독립 사이에서 몸부림쳤다. 로댕이 자기 재능을 빨아먹는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면서 평생을 정신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브루노 누이탕 감독의 <카미유 클로델> (1988년)은 이자벨 아자니의 강렬한 눈빛으로 그런 불화와 광기의 비극적 여인을 만나게 해 주었다. 카미유>
■ 내일부터 8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신의 손 로댕 전> 이 열린다. 돌과 흙에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의 욕망과 고뇌, 영혼의 울림을 주는, 그야말로 '신의 손 로댕'의 대표작 180여 점을 선보인다. 국내 처음이자, 최대 규모이다. 살아 있는 모델에 석고를 바로 씌워 만들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청동시대> , 인간존재의 실증을 묻는 <생각하는 사람> 과 <지옥문> 은 물론 '로댕'하면 생각나는 비극의 여인 카미유의 모습(조각)과 둘의 사랑의 순간들까지 만날 수 있다니 가슴이 설렌다. 예술이 곧 사랑이 아닌가. 지옥문> 생각하는> 청동시대> 신의>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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