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리조나주가 최근 법으로 통과시킨 강력한 이민단속법에 대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민법에 대한 반발로 다른 주 정부가 애리조나와의 경제 교류 중단을 검토하는가 하면, 연방정부에서는 법 시행을 막기 위한 제소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애리조나에 가장 많은 이민자를 두고 있는 멕시코 정부는 애리조나와의 협력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잰 브루어(공화당) 주지사가 23일 서명한 이민법은 불법체류자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불법체류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고, 불법체류자라는 의심이 들면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검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것만으로 이민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단속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찰은 기소될 수 있다. 주 의회 민주당이 전원 반대한 가운데 공화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은 심의 과정부터 미 전역에서 엄청난 반발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애리조나와 주경계를 맞대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다렐 스타인버그(민주당) 상원의장은 “애리조나 이민법은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애리조나에 대한 경제교류 단절을 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아놀드 슈워제네게 주지사에게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당국도 애리조나와 맺은 일련의 계약을 파기하는 검토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의 소노라주(州) 정부는 “6월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협력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법의 인권침해 여부 등을 조사할 것을 법무부에 지시했다. 애리조나 주도인 피닉스에서는 이민법 반대 규탄 집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애리조나 이민법 파문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책임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미국 내에서 불법체류자들로 인한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악명높다. 멕시코와의 국경지대가 워낙 광활하다 보니 불법체류자가 45만명에 달할 만큼 당국의 손이 미치지 못하고, 이 때문에 마약 등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애리조나 주민의 70% 이상이 압도적으로 이민법을 찬성하는 것이 심각성을 보여준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27일 CBS 방송에서 “지난해 100만 파운드가 넘는 마리화나가 멕시코와의 국경지역에서 압수됐다”며 “애리조나의 마약 문제는 내가 본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규정이 미비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주 차원의 강력한 입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브루어 주지사는 “애리조나로 물밀듯 들어오는 불체자들을 다룰 연방법이 없기 때문에 주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승인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브루어 주지사를 포함, 공화당 의원들이 11월 중간선거를 의식, 보수층 유권자를 결집하기 위해 법 통과를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에서 “민주당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금융개혁과 기후변화 법안 등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있는 현안이 많아 이민개혁이 조기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된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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