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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조급한 형법개정에 법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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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조급한 형법개정에 법원 혼란

입력
2010.04.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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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징역의 상한을 최고 50년으로 현행보다 2배로 올린 개정 형법의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문제점들이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형량 강화로 법원의 양형(量刑) 혼선이 불 보듯 한 데다, 형 집행 과정에서 유기징역 상한을 선고받은 재소자가 무기징역 재소자보다 오히려 더 오래 복역하게 되는 '형벌 역전'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27일 "형법 개정에 따라 새로운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법 시행 시점인 10월까지 기존의 양형기준을 수정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정 형법 시행 후 법관들마다 들쭉날쭉한 양형으로 상당한 혼선이 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말 유기징역의 상한을 현행 15년에서 30년으로, 형을 가중하는 경우 현행 25년에서 50년으로 올리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무기징역의 가석방 요건은 현행 10년 복역에서 20년 복역으로, 사형에 대한 감경은 현행 10년 이상 복역에서 20~50년 복역으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개정 형법은 10월부터 시행된다.

국회는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뒤 '범행의 잔혹성에 비해 형량이 가볍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최근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 등 잇따른 아동성범죄로 흉악범에 대한 엄벌 여론이 확산되자 서둘러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2년간의 준비와 논의 끝에 양형기준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그런데 시행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형량을 대폭 상향 조정한 개정 형법이 통과돼 새로운 양형기준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형량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더라도 단번에 두 배로 올리면 피고인들이 납득하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법 집행 과정에서의 형벌 역전 현상도 예상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0년간 실무방침을 정해 무기징역 재소자는 최소 20년 이상, 유기징역 재소자는 형량의 85~90%를 채웠을 때 가석방 대상으로 심사해왔다. 현행 대로라면 징역 50년의 유기 징역을 선고받은 재소자보다 무기징역 재소자가 먼저 출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를 피하려면 앞으로 무기징역 가석방 대상을 적어도 40~50년 복역한 수감자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이미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기결수들의 경우 개정 형법 적용 전의 실무방침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포화상태인 교도소 확충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히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본도 형량을 올리자 수용인원이 부쩍 늘어났다"며 "현재 4만9,500명 가량인 수용자가 앞으로 얼마나 증가할지 알 수 없지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이런 중대사안을 공청회 한 번 없이 통과시켰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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