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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심에 포위된 女연예인들/ 60%가 "성접대 요구·제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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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심에 포위된 女연예인들/ 60%가 "성접대 요구·제의 받았다"

입력
2010.04.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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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 여성연기자인 A씨는 의상 협찬을 받는다는 연예기획사 사장의 호출을 받고 함께 한 디자이너 클럽에 갔다. "마음껏 고르라"는 사장의 말에 A씨는 원하는 옷을 실컷 집어 들었다. 하지만 집까지 태워주겠다던 사장이 정작 향한 곳은 모텔이었다. A씨가 "왜 그러시냐"고 얼굴을 붉히자 사장은 "이쪽 일을 하려면 남자를 알아야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성을 요구했다. A씨는 "의상협찬이라며 옷을 사준 것은 사람을 현혹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연기자(111명)과 연예지망생(240명) 그리고 연예산업관계자(11명)를 대상으로 '여성연예인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항간의 소문이상으로 성 접대 성폭력 등 성 관련 인권침해가 심각했다. 실제로 여성연기자 10명 중 6명은 성 접대 요구나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일부는 성폭행(6.5%)을 당하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특히 스폰서가 돼 주겠다며 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20대 초반의 연기지망생인 B씨는 친구소개로 만난 '아빠 같은 중년남성'으로부터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다해주겠다. 너의 젊음을 사고 싶다"며 애인이 돼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B씨는 "한달 일해서 100만원 벌기도 어려운데 하루 만나서 밥 먹고 얘기해주고 이러면 300만원을 받는데 혹(惑)하게 된다"며 "이 바닥에 그런 일은 정말 많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에서 성 접대 요구는 재력가(43.9%)가 가장 많았다. 캐스팅 권한을 쥔 연출PD나 감독(38.6%) 제작사 대표(22.8%)도 큰 비중을 차지했고 광고와 관련된 기업인(15.8%), 광고주(14%)와 정관계 인사(8.8%)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성 접대 제의는 친구나 선후배 등 지인(62.7%)과 기획사 관계자(40.7%)가 주로 브로커 역할을 했다.

더욱이 성 요구를 받은 뒤 거절한 연기자의 절반 정도(48.4%)는 "캐스팅이나 광고 출연 등 연예활동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했다. 30대 후반 여성 연기자 C씨는 "스무살 때 한 작가가 성관계를 요구해 싫다고 했는데 곧 드라마에서 불이익이 왔다"며 "그때 그냥 받아들였으면 다 잘됐을 줄 모른다"고 말했다.

또 술자리나 식사자리 접대나 동석요구, 다이어트나 성형 등 외모관리 요구,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감시통제 등 기획사의 사생활 간섭 및 개인의사 무시는 연예인 대부분이 겪는 문제였다. 20대 초반 여성연기자 D씨는 "기획사 사장이 매번 전화해서 일정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친구도 만나지 못하게 하는 등 집착에 가까울 정도"라며 "사람의 숨통을 조인다고 해야 하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인권위 관계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연예계 특성상 여성연예인은 활동을 위해 성 및 신체의 자기결정권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적 상황에 놓여 있다"며 "연예계 구성원의 자정노력, 노조설립 등 연예인 자구노력, 연예기획사업자 자격요건 강화 등을 통해 미국처럼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5년 기준으로 255개 연극영화 관련학과 재학생이 3만332명이며, 매년 수도권 지역에서만 약 4만8,000명의 연예인 지망생이 배출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 성 접대 의혹을 폭로하고 자살한 장자연씨 사건을 계기로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벌였으며 여성 연기자중에는 주연 10%, 조연 45%, 단역급 45% 정도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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