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투자하는 것처럼 가장해 주가조작을 일삼은 내국인,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이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유상범)는 외국계 펀드를 운용하면서 창업투자회사 등과 짜고 코스닥 업체들의 주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거액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문모(53)씨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문씨는 홍콩계 헤지펀드인 '퍼시픽얼라이언스'를 설립한 뒤, 지난해 9월 국내 창투사인 한국기술투자(KTIC)와 공모해 KTIC가 인수한 S중공업의 주가를 보름 만에 45%나 띄워 27억원의 차익을 올리는 등 총 4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또, 지난해 4월 유명 기업사냥꾼인 박모(43ㆍ구속기소)씨와도 손을 잡고, 박씨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기업 S사의 주가를 끌어올려 9억4,000여만원의 차익을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문씨는 수십여개의 차명계좌 운용은 물론, 고가매수와 허수매수 주문, 통정거래, 시ㆍ종가 관여주문 등 주가조작에 쓰이는 온갖 기법을 총동원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특히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고 유명 해외 자본의 꾸준한 투자를 받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외국계 펀드를 활용했는데, 이를 호재로 판단하고 추종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은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씨가 설립한 퍼시픽얼라이언스는 홍콩계 자금이 유입돼 운용된 것은 사실이나, 유명 홍콩계 사모펀드인 '퍼시픽얼라이언스 애셋 매니지먼트'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문씨가 투자했던 나머지 회사들에 대해서도 인위적으로 주가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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