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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순직장병 장례/ "46인의 용사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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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순직장병 장례/ "46인의 용사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입력
2010.04.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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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마지막 떠나는 길만큼은 외롭지 않았다. 합동 장례 3일째인 27일 ‘천안함 46용사(勇士)’를 추모하는 각계 각층의 마음은 전국에 차려진 합동분향소로 향했다. 온종일 흩뿌린 빗방울과 옷깃을 여미게 한 강풍은 애도의 감정을 경건하게 해주는 소품에 불과했다.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 사령부 내 대표합동분향소에는 이날도 조문객들의 방문이 이어져 오전에 누적 조문객 1만명을 돌파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오전 10시30분께 도착해 46명의 영정 앞에서 일일이 묵념하며 애도를 표했다. 유가족들에게는 “힘내세요. 기가 막히겠어요. 억울한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약속했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과 한승수 전 총리도 오전 먼저 떠난 젊은이들의 넋을 기렸다. 한 전 총리는 조문록에 “숭고한 희생과 애국심을 마음에 깊이 새겨 대한민국을 튼튼히 지키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 20명도 조문을 왔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오후 2시께 방문해 “이번 일은 단호하게 생각해야 한다. 전쟁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옳고 그른 것은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실종자를 구조하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씨와 아들 상기씨, 딸 슬기씨도 조문했다. 상기씨는 “저희가 가장 슬픔을 잘 안다”고 밝힌 뒤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평택 2함대에는 강풍이 불어 합동분향소 주변 유가족 대기실 및 식당으로 사용하는 천막 수십 동이 파손돼 일부 유가족들은 임시숙소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전국에 마련된 시민합동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서울광장 시민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며 눈물을 흘렸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임직원들도 서울광장을 찾았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당직자, 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과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울산시청 분향소에서 조문했다.

46용사 모교가 마련한 분향소에는 재학생과 동문, 주민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각국 해외 공관들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도 재외동포와 유학생, 상사 주재원들이 찾아와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해군은 46용사 중 시신을 찾지 못한 고(故) 이창기 준위, 최한권 원사, 박경수 상사, 장진선 중사, 강태민 상병, 정태준 일병의 법률적인 사망시점을 함수(艦首) 인양 뒤 실종자 수색을 완료한 4월 24일로 결정했다. 나머지 40명의 사망일은 실종 장병 가운데 첫 번째로 고 남기훈 원사의 시신을 발견한 4월 3일로 정했다. 4월 3일은 해군이 46용사 전원에게 1계급 특진을 추서한 날이자 유가족들이 구조 및 수색 작업 중단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 날이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사망일이고 유가족들은 가족 별로 사망일자를 정해 '49재(齋)' 등 장례의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 전까지는 순직 장병을 ‘전사(戰死)에 준하는 예우’로 처리하고, 향후 조사과정에서 북한의 개입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며 즉시 ‘전사’로 처리키로 했다. ‘전사에 준하는 예우’나 ‘전사’로 처리됐을 경우나 유족들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에는 큰 차이가 없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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