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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못'규제에…공장도 일자리도 물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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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못'규제에…공장도 일자리도 물건너간다

입력
2010.04.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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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기아차 글로벌기획팀에 동남아시아 한 국가의 지방정부로부터 공문이 도착했다. 부지 무상 제공 등 각종 편의를 봐 줄 테니 제발 자국에 생산공장을 건설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각종 혜택을 앞세워 생산 공장을 건설해달라는 해외 중앙ㆍ지방 정부의 러브콜이 부지기수"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도 그야말로 손발을 다 걷어 부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 공장을 둔 한 제약업체는 10년 동안 증설을 추진 중이지만 공염불이다. 신약개발 연구와 생산을 위해 증설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용인시 일대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에 따라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있어 1,000㎡이상의 시설을 지을 수 없는 탓이다. 용인에는 이 같은 기업이 623개나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러다가는 생존 경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타지방 이전도 검토했지만 직원들이 자녀 학교 문제 등으로 반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고 푸념했다.

해외에서는 우리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가 여전해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MB정부 출범 이후 대못이 일부 빠지기는 했지만 '잔못'들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잔못에 걸린 대표적인 사례는 하이닉스반도체. 경기 이천 공장의 생산라인 증설이 환경규제로 불가판정을 받았고, 결국 2008년에 충북 청주에 공장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구리를 이용하는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의 생산라인이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대못을 뽑겠다며 지난 1월 이 규제를 풀었다. 환경부가 유해물질 배출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 조치를 내린 것이다. 환경부의 개정 고시까지는 수도권 특혜 논란과 환경 단체의 반발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에 따라 19조원 규모의 투자와 4만1,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의 전망은 전망에서 그치고 있다. 수질문제와는 별개로 자연보전권역에 대한 공장시설을 6만㎡이하로 묶은 국토해양부의 규제가 다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회사는 최근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호황으로 이천공장을 100% 가동해도 수요 못 채우는 상황이지만 증설을 포기해야 했다.

반면 해외는 사정이 다르다.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 '직원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개교하겠다', '공장건설시 필요한 기능공 양성학교를 지어 주겠다' 등 우리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지난 2월 준공식을 개최한 미국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주정부가 부지 무상 제공, 세금 감면 등 4억1,000만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내놨다. 기아차의 직접 고용은 현재 1,000여명에 불과하지만 부품협력사는 물론 식당, 편의점 등 서비스업으로 연쇄효과가 이어져 2012년까지 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현지인들은 이 때문에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신의 축복'이라고 부르며 반기고 있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연방송전공사의 러브콜을 받아 러시아 연해주에 송전 설비 공장을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측이 장기적으로 전력사업 분야에 대한 협조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양근승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최근 규제 개혁의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과감한 개혁 없이는 해외로 나가는 기업을 잡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일자리 창출도 요원하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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