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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조량 부족+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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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조량 부족+냉해

입력
2010.04.2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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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4월에 구름과 안개가 사방에서 발생하여 7일간이나 사람들이 빛을 보지 못했다(BC34년 고구려). 음력 3월에 폭풍이 불고 4월에는 서리가 내렸다(AD49년 고구려)." 최근 기상청이 공개한 삼국사기 내용이다. 요즘의 날씨를 보는 듯하다. 조선시대 최악의 흉년이었다는 1670년 상황을 보면 더욱 심란하다. 그 해 음력 2월 말에 서울에 눈이 내리는 등 저온현상으로 농작물 피해가 컸다. 앞서 1월부터 충청 지역에서 우역(牛疫)이 발생하여 많은 소가 죽었다는 기록도 있다. 구제역과 함께 일조량 부족과 냉해가 심각한 요즘 상황이 떠오른다.

■ 정부가 일조량 부족을 사상 처음으로 '농업재해'의 원인으로 인정했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복구비를 지출할 수 있는 재해의 종류는 추위, 저온, 홍수, 태풍, 우박, 서리, 바닷물침수, 눈, 병충해 등으로 한정돼 있고 일조량 부족은 제외돼 있다. 그만큼 특이한 현상이라는 얘기다. 시설작물의 파종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의 일조량이 지난 30년간 평균보다 20% 정도 모자랐다. 특히 작물 성장에 가장 중요한 3월을 전후한 시기에는 평년에 비해 40% 가까이 부족했다. 여기에 비와 눈이 많이 내려 평균 강수량은 37%나 증가했다.

■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한 피해는 채소 과일 등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난다. 광합성 작용이 부족하다는 것은 동물이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잎과 열매를 정상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니 '시름시름 앓다가 말라 죽는 꼴'이다. 이번엔 냉해까지 겹쳤다. 평년보다 10~15도씩 떨어지기도 했으니 배ㆍ복숭아ㆍ사과나무가 꽃을 피워 열매를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촛불과 전등을 켜놓거나, 팬을 돌리고 물을 묻혀주며, 왕겨나 짚을 태워보지만 문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는 동족방뇨(凍足放尿)에 불과하다.

■ 정부가 일단 일조량 부족 대책으로 재해복구비 1,567억원과 특별융자 1,900억원을 책정했다. 재해대책법을 준용해 일조량 부족 피해를 복구한 것은 옳은 처사인데, 당연히 규정돼 있는 냉해를 간과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부 지자체의 선심에 맡겨놓을 일이 아닌 듯하다. 특별융자금도 조건과 액수가 인색하다는 불평이 많다(아파트 건설업자들에게 5조~7조원의 공적자금을 준다는데…). 시장이 개방된 세상이라고 야채나 과일 생산의 몰락을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올해엔 미국 중국 일본도 우리와 유사한 상황이라는 보도가 많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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