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래 최대 개발사업인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자금조달 차질로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의존하는 국내 개발사업이 잇따라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 사업도 폭풍에 휩싸인 것. PF 조달의 필수조건인 지급보증을 둘러싸고 투자자간 불신도 높아져, 계약해지 등 최악 국면으로까지 치달아 한국판 '두바이 월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사업차질 원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진 것은 PF가 얼어 붙으면서 사업 시행자(드림허브PFV)가 토지대금을 코레일에 제때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 금융권으로서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개발사업에 대한 PF를 예전보다 까다롭게 집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당연히 금융권은 시공업체에 추가로 PF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시공업체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지급보증 문제가 꼬이면서 드림허브PFV가 최근 미납한 토지대금은 2차 계약분에 대한 중도금 3,000억원과 분납이자 835억원, 4차 토지매매계약금 3,175억원 등 총 7,010억원이다. 드림허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3월말에도 2차분 토지 중도금 3,000억원을 내지 못하다가 11월에 이자까지 포함해 4,000여억원을 뒤늦게 납부한 바 있다.
우려되는 후폭풍
자금조달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으면 이 사업은 장기 답보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드림허브PFV로서는 4차 토지계약금을 내야만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실상의 사업 시행자 자격을 갖기 때문이다.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진행 중이던 마스터플랜 변경작업 등 인ㆍ허가 절차와 주민보상 작업이 전면 중단될 경우 드림허브PFV는 토지대금 미납에 따른 이자만 하루에 1억8,000만원에 달하는 등 막대한 부담을 지게 된다.
아직은 그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용산역세권개발 사업계약이 해지되는 최악 시나리오가 벌어질 경우 최소 6조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사업시행자의 자금 능력을 문제 삼아 땅 주인인 코레일이 계약을 해지하면 코레일은 약 5조원, 드림허브 출자사들도 자본금(1조원) 대부분을 날리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책은 없나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해결책은 관련 당사자간 대타협으로 PF 물꼬가 트이는 것. 실제로 물밑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데, 한 관계자는 "워낙 입장차이가 커서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지만, 28일에도 코레일과 투자업체가 PF지급보증 방안을 놓고 담판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사상 초유의 매머드급 사업인 만큼 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일본의 경우 롯폰기힐스 등 도심 재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무이자 대출, 대출 채무보증, 소득ㆍ법인세 감면, 용적률 완화 등 금융ㆍ세제 전반에 걸친 정부지원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도심 재개발 사업의 공공적 성격과 경제적 파급을 감안, 정부 지원에 따른 이익 회수장치를 전제로 일반 사업 성공의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드림허브PFV 관계자도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와 인천국제자유구역 개발에도 조례와 특별법 등의 지원책이 나왔다"며 "이번 사업도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 도심의 국제업무지구로 조성되는 만큼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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