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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검찰, 특권의식 버려야 산다

입력
2010.04.2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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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만큼 이슈의 중심에 자주 서는 국가기관도 드물다. 정치ㆍ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의 수사와 처리를 맡다 보니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힘의 오ㆍ남용 경력으로 권력의 시녀,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검찰에서 실낱 같은 희망을 보는 것은 강직하고 청렴한 검사들 때문이다. 그들은 외우내환으로부터 조직의 건강성을 지켜온 존재다. 그들의 사명감이 없었다면 검찰은 회복 불능의 만신창이가 됐을지 모른다.

반복되는 사건에도 위기 불감증

그러나 그들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검찰 조직은 조금씩 병들어 가고 있었다. 병원균은 다름 아닌 검찰 자신이다. 오랫동안 조직 전체를 관통해온 검찰만의 문화, 검사만의 의식이 검찰을 중증 환자로 만들었다. 국민들은 그 뿌리 깊은 병세를 볼 때마다 심각성을 걱정했고 언론은 경고음을 울렸다. 하지만 검찰은 전통ㆍ관습ㆍ관행의 우산 밑으로 숨었다.

돌이켜 보면, 언론에 검찰의 위기가 언급되지 않았던 해는 거의 없다. 의정부(97년)ㆍ대전(99년) 법조 비리, 엑스파일(2005년), 윤상림 게이트(2006년), 삼성 떡값 리스트(2007년) 사건 때마다 검찰은 고개를 떨궜다. 그런데 이번에 또 스폰서 검사 파문이 터졌다. 옷 로비 의혹, 이용호 게이트 등을 거치며 검찰 수뇌부가 치욕스럽게 물러났는데도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는 또다시 공직자로서의 잘못된 처신과 주변 관리로 낙마했다. 국민 편에 서서 정도를 걸어야 할 때에 정치적 판단과 결정으로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한 적도 여러 번이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의 오ㆍ남용으로 국민을 힘들게 하고 피해를 입힌 적도 많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검찰이 진정으로 조직에 닥친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위기에 고개는 숙여도 그때뿐이었다. 작은 구멍이 댐을 무너뜨리는 법인데도 위기의 누적이 초래할 결과를 감지하지 못한 채 순간만 모면하려 했다. 위기의 쓰나미가 지나가면 교훈의 흔적도 사라졌다. 조직 보호 본능이 다시 작동했고, 검찰은 도로 예전의 검찰이 됐다. 분위기 쇄신성 인사가 예정되면 학연ㆍ지연을 찾고 권력과 선을 대는 일이 다시 노골화했다. 검사는 많고 자리는 적다 보니 상호 비방과 모략은 더 심해졌다. 인사 후에는 대대적 사정 수사나 한 건주의 수사로 국면 타개를 위한 물타기를 시도했다. 그 사이 위기의 본질은 실종되고 검찰의 '위기 망각증'은 고질병이 되고 말았다.

출세를 위한 '조직 내 정치'는 훈훈한 미풍양속으로 그려졌다. 상사의 심중을 헤아리고 후배들을 챙겨야 했다. 그 매개가 공무원 월급으로는 턱도 없는 폭탄주 술자리였고, 스폰서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스폰서 접대를 받다 적발된 검사는 재수 없는 경우로 분류됐다. 숱한 법조 비리를 목격하고도 스폰서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번 파문이 그 증거다.

선배들은 초년병 시절 겪은 대로 스폰서를 불러서라도 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져야 귀감이 되고 상하 유대가 생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후배들은 일탈을 허용하지 않는 경직된 조직 문화 탓에 끝까지 술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모두가 조직의 잘못된 전통과 문화의 포로가 돼버린 나머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잘못된 조직전통ㆍ문화 쇄신해야

그 결과는 뻔하다. 검찰과 국민의 유리(遊離)다. 검찰의 반복되는 위기는 검찰의 거듭된 환골탈태 다짐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내놓아도 문제는 그 이후다. 공복 의식은 내동댕이친 채 '검찰은 특별하다''검사는 특별 대접을 받아도 괜찮다'는 우월적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한 검찰은 달라질 수 없다.

검찰은 그런 특권 의식을 버려야 산다. 다른 국가기관보다 스스로에게 더 엄격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 또 한번 사죄의 순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검찰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 바란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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