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우리나라 GDP 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7.8%로 집계(속보치)돼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基底) 효과와 급속한 내수 회복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GDP추계를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가 장기성장 경로에 근접했다"고 판단한 점이다. 보름 전만 해도 성장 경로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강조하던 한은의 태도가 돌변함에 따라 출구전략 논란도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1분기 성장률은 전망치와 비교하면 전기 대비 0.2%포인트, 전년 동기대비로는 0.3%포인트 높다. 예상치와 크게 어긋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한은의 해석은 확연히 달라졌다. 정부 부문과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웃돌고 내수도 위기 이전 수준의 97%까지 회복돼 "경제가 거의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것이다. 민간부문의 자생력을 반신반의하며 신중을 기하던 태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엊그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블 딥 우려를 '근거 없는 비관'이라고 일축한 것을 감안하면 한은도 이젠 추세를 자신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때론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선제적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한은 입장에선 기회를 놓쳤다는 얘기도 된다. 물론 섣불리 출구전략을 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큰 문제는 기준금리가 14개월째 위기대응 수준인 2%로 동결돼 정책수단의 효능을 잃은 채 과잉유동성과 저금리의 폐해만 키우고 있는 점이다. 원자재값 급등과 유가 흐름을 보면 공공요금 동결 등에 의존한 저물가 구조가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사실 2% 기준금리가 금융완화나 경기부양의 의미를 잃은 지는 오래다. 저금리 시대라지만 대기업은 쌓아둔 돈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가계는 이런 저런 규제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만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자산시장의 거품을 우려하며 "저금리가 다시 위기를 잉태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니 한은으로선 민망하기 짝이 없다. 늦더라도 출구전략의 방향과 시점을 잘 찾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