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자회견, 법안 서명식 같은 공식적 자리로 이용되는 백악관 이스트룸이 26일 오후 웃음과 고함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미 프로야구 최고 명문팀 뉴욕 양키스의 감독과 선수들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양키스가 27번째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을 축하하기 위해 이들을 초청했다. 백악관 참모와 자녀들은 양키스의 상징인 세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환호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레이 러후드 교통장관, 뉴욕의 의원 대표단도 격의없이 어울렸다. 러후드 장관은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과 고교 동창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골수팬인 오바마 대통령은 시종 재치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그가 몇몇 선수를 거명할 때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정상에 오른 게 9년 전이었습니다. 양키스 팬들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 정도 시간이면 다른 팀들도 불만은 없을 겁니다.
특히 시카고 커브스 같은 팀에게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나 같은 화이트삭스 팬은 마리아노 리베라(양키스의 철벽 마무리 투수)가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경기를 마무리짓는 것을 보는 것이 고통"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그러나 "나는 아직 2005년을 기억하는 만큼 너무 자신만만해하지 마라"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화이트삭스는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키스의 자세와 성공은 양키스를 사랑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미워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조크'한 뒤 경기장 밖에서의 양키스 선수들의 선행을 일일이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1루수 마크 테세이라가 교통사고로 숨진 친구를 추모하기 위해 출신 고교에 7만5,000달러의 장학금을 내놓았고, 포수 호르헤 포사다는 장애아 가정을 위한 자선행사를 해왔다고 칭찬했다. 유격수 데릭 지터는 "항상 모범인 스포츠맨십의 표상"이라고 추켜세웠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 선수단 사이에선 "이번이 화이트삭스의 1등 팬이 우승 트로피를 만질 유일한 기회"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올 시즌 양키스에 합류한 한국의 박찬호는 지난 해 우승당시 멤버가 아닌 데다, 현재 부상 때문에 재활치료를 받고있어 초청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라디 감독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27번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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