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6일 상원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금융개혁법안 상정이 부결되자 기다렸다는 듯 “매우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분노의 실망’이라기보다 ‘계산된 실망’으로 읽힌다.
이날 상원에서 실시된 투표에서 민주당은 57표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쳐 금융개혁법안 논의 시작을 위해 필요한 60표 확보에 실패했다. 공화당은 법안에 대한 상원의 첫 표결에서 39명(2명 기권)이 반대표를 던져 단결력을 과시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뒤에서 웃는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금융개혁법안의 발목을 잡는 듯한 공화당의 단결력이 오히려 무덤을 팔 것으로 본다. 때마침 터진 골드만삭스의 사기 혐의 기소 및 월가 규제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감안할 때 공화당의 반발은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성명 역시 이를 최대한 감안한 것이었다. 그는 “일부는 이러한 방해가 훌륭한 정치 전략이라고 여기거나, 법안 처리 지연으로 로비스트들이 개혁을 저지하거나 무산시킬 기회를 갖게 됐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며 여론에 기대 공화당을 공격했다. “정당에 앞서 국가의 이익을 생각하라”는 그의 언급도 마찬가지다.
공화당 역시 여론의 향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공화당은 법안에 대한 실질적인 수정을 원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규제를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양 당 모두 궁극적으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결국 이날 표결 결과는 금융개혁법안 논의를 저지시켰다기보다 지연시켰을 뿐이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들은 27일 상원 청문회에 나와 금융위기를 틈타 투자자들을 오도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반박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 여부를 떠나 이미 막대한 상처를 입은 월가의 도덕성을 치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소에 이어 주주들까지 잇따라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