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황금 주파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정부에서 SK텔레콤이 독점하던 800㎒ 주파수를 KT와 LG텔레콤에 나눠주기로 하면서 통신업계에 새로운 주파수 시대가 열리게 됐다. 통신업체들은 새 주파수로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새로운 통신서비스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SKT의 황금 주파수 독점 종료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800㎒와 900㎒, 2.1㎓ 등 3개 주파수 대역의 사용 신청을 받아 심사한 결과 800㎒와 900㎒ 주파수 대역을 KT와 LG텔레콤에, 2.1㎓ 주파수 대역을 SK텔레콤에 할당한다고 밝혔다. 가장 점수가 높은 KT가 800㎒와 900㎒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를 LG텔레콤이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KT 또는 LG텔레콤은 내년 7월부터 SK텔레콤과 800㎒ 주파수를 나눠 쓰게 된다.
SK텔레콤이 2002년에 신세기통신(017)을 합병하며 독점 사용한 800㎒ 주파수는 KT와 LG텔레콤의 2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인 1.8㎓보다 파장이 길어서 멀리 뻗어 나간다. 전파 도달거리가 길면 중계기를 적게 설치해도 돼 투자비를 아낄 수 있다. 또 휘어지는 성질(굴절성)도 좋아서 높은 건물 등 장애물이 있어도 비껴가기 때문에 통화가 잘 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업계에서는 황금 주파수로 불렸고, SK텔레콤은 "011이 통화가 잘 된다"며 주파수 프리미엄을 강조해 왔다.
우선 선택권을 가진 KT는 800㎒와 900㎒를 놓고 고심중이다. 굴절성과 전파 도달거리는 별 차이가 없지만 800㎒ 주파수는 세간에 황금 주파수로 알려져 있고, 관련 통신장비가 국내에 많이 나와 있어 투자비가 적게 든다. 반면 900㎒ 주파수는 유럽 지역의 많은 이통사들이 사용하고 있어 로밍 서비스에 유리하다. KT는 금주 중 결정을 내려 방통위에 선호 주파수를 서면 제출할 예정이다.
통신업계, LTE로 간다
통신업체들은 총 3조7,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주파수를 대부분 LTE라는 새로운 서비스에 사용할 계획이다. LTE는 현재 3세대 이동통신보다 데이터 전송속도를 향상시켜 시속 100㎞ 이상 빠르게 이동하면서 100Mbps의 빠른 속도로 무선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휴대 인터넷(와이브로)과 함께 3.9세대 이동통신으로 꼽힌다. 유럽 지역을 포함해 전세계 주요 이통사들이 차세대 통신서비스로 LTE를 선호하고 있어 정부 및 국내 통신업체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와 LG텔레콤은 이번에 새로 받은 주파수를 LTE용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관련 사업 계획을 방통위에 제출해 승인 받기로 했다. 특히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없는 LG텔레콤은 보완재로 LTE 서비스가 절실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추가 할당받은 2.1㎓ 주파수를 기존 3세대 이동통신의 확장용으로 쓸 계획이다. 기존 주파수로는 날로 늘어나는 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를 소화할 수 없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LTE 사업 계획도 따로 준비하고 있다. 2세대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3세대로 옮겨가면 2세대용 800㎒ 주파수의 남는 공간을 LTE로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대부분 저주파에서 LTE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방통위는 SK텔레콤의 경우 금주 중 서면 통보를 받고 1개월 이내에 할당 대가를 납부하면 즉시 2.1㎓ 주파수를 사용하게 하고, 800㎒와 900㎒는 내년 6월까지 할당 대가를 내면 내년 7월부터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할당 대가는 SK텔레콤 1,064억원, KT와 LG텔레콤은 각각 2,500억원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