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은 말없이 미소를 머금었다. 26일 고 나현민 상병의 모교인 서울 마포구 신수동 광성고등학교 별관 1층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국화꽃 향기로 가득했다. 가로 3m, 세로1m, 높이 1.5m의 작은 제단에 놓인 그의 영정과 벽면에 전시된 생활기록부, 사진 등 고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생전의 기록과 그의 어머니와 교사들이 쓴 추모시, 편지들은 추모객의 눈시울을 더욱 붉게 했다. 고인은 2009년 2월 이 학교를 졸업했다.
제단 맞은편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는 '차가운 바다 속에서 혼자 견뎠을 그 고통을 이제 같이 하려 합니다' '저는 당신을 모르지만 당신이 어느 누구보다 큰 뜻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조국과 국민을 위해 천안함에 젊음을 묻은 그대가 그립습니다'라는 애도의 글귀들이 말 없이 벽면을 메우고 있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마음도 착하고 성격도 밝은 학생이었다"고 회상한 나 상병의 고3 담임교사 박오삼씨는 "군 문제를 해결한 후에 대학을 간다며 대학진학을 미룬다고 했을 때 말리지 못한 게 이런 일을 만든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고 비통해 했다. 이 학교 최영락 교사는 제자였던 그에게 "너무 일찍 피어 찬 바람에 시달리다 물신의 거친 바다 한 가운데 스러진 꽃 눈부신 봄 하늘 높이 불꽃처럼 타올라라"는 애절한 시를 바쳤다.
광성중ㆍ고 후배들은 고인을 '조국의 별', '자랑스러운 선배', '용감한 형'으로 가슴에 새겼다. 왼쪽 가슴에 근조리본을 달고 조문을 마친 이예찬(17)군은 "만나본 적은 없지만 학교 선배라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뭉클하고 울컥했다"며 "가슴에 오래도록 자랑스러운 선배로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광성고 분향소에서는 유가족을 대신해 학교 총동창회와 교사들이 상주(喪主)로 나서 조문객을 맞았다. 이성희 서울시부교육감이 22일 조문한 데 이어 일주일간 지역 주민과 학교 관계자 1,500여명이 다녀갔다. 이날까지 십시일반 모은 성금도 430여만원에 달한다. 학교는 다음달 1일까지 매일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조문객을 맞는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박준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