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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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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입력
2010.04.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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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시절의 일이다. 내가 출입하는 지검의 H검사를 그 도시에서 유명한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몇 번 마주쳤다. 같은 나이트클럽이지만 H검사와 내가 '노는' 장소는 달랐다. 나는 술 마시고 춤추는 공개적인 공간인 나이트클럽에 있었지만 H검사는 이른바 '룸'이라는 은밀한 공간에 있었다.

웬만한 봉급쟁이 간으로는 드나들기 힘들다는 곳이었다. 안에서는 밖이 보이고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유리로 만들어진, 비밀스러운 그 속에서 H검사가 누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는지, 평검사 월급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술값과 2차 비용을 누가 지불했는지 그때 출입기자실에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10여 년 짧은 기자생활 동안 내가 지켜본 스폰서의 검사 접대는 '관행'이었다. 스폰서에게 검사와 형님 아우님 하는 그 일이 개인적으로 '자랑거리'였고 사업적으로 '울타리'였다. 검사에게는 죄의식 없는 '일상'이었다. 검찰의 스폰서 사건에 대해 나는 공공연한 비밀의 뇌관을 터트린 그 건설업자의 말에 심정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날달걀을 들고 태산 같은 바위를 깨겠다고 덤벼든, 스폰서 출신의 그가 검찰 조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 평검사들과의 토론 시간을 가졌다. 그때 노 전 대통령이 이미 답을 말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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