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져야 열매가 맺습니다. 또 야생화는 시들지 않고 제일 아름다울 때 지죠. 제가 한국 팝송사에 조그만 열매나마 맺을 수 있었다면, 가장 멋진 모습으로 물러날 수 있는 시기를 택한 것 같습니다."
37년째 MBC FM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김기덕(62)씨가 'FM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25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청취자들 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며 "은퇴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6일 충남 공주시의 선산을 찾았다. "영원한 우상"인, 돌아가신 어머니께 인사도 드리고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라고 했다. "만 36년 동안 매일 방송을 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시간의 노예로 살아왔는데 해방이 돼서 홀가분하다"면서도 그는 "생활의 일부로 습관처럼 앉던 자리를 비우니 이상하더라"며 섭섭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1972년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한 그는 1978년 라디오 PD로 스카우트됐다. 이후 '팝송DJ 김기덕'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등 프로그램의 연출과 진행을 동시에 소화했다. "엄청 힘들었죠. 하지만 모든 열정을 다 쏟아부어서 후회도 없고, 그래서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방전만 했지 충전을 못했다"는 그는 앞으로 열심히 충전할 계획이다. 명지전문대 강단에도 다시 설 생각이다. 이 강의는 그가 지난 10년 간 집필해 올 가을께 출간할 예정인 <한국 팝뮤직의 장르별 변천사> (가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
"이제야 방송과 인생을 알 것 같다"는 그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새로운 형식의 방송(일명 '오디오북')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지금껏 팝송만 했는데, 이제는 꼭 팝송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스타일로 변신하고 싶습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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