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원인이'수중 비접촉 폭발'로 정리됐다. 합동조사단은 어뢰나 기뢰가 배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물 밑에서 폭발한 점을 강조해 굳이 비접촉(No-contact)이라고 덧붙인 듯하다. 절단면 손상이 심하다고"북한 어뢰 직격"으로 몰고 간 이들을 고려한 점도 있겠다. 어쨌든 애초 객관적 전문가들이 짐작한대로'수중폭발(Underwater Explosion)'로 잠정 결론 났는데도, 잡다한 의혹에 집착하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기초부터 공부하고 떠들었으면 한다(4월 5일자 <지평선> 참조). 수중폭발은 'UNDEX' 약어를 널리 쓸 만큼 오랜 연구 대상이다. 지평선>
■ 수중폭발은'버블제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난해하다. 버블제트는 원래 잉크를 고열로 미세한 버블로 기화시켜 종이에 뿜는 잉크젯 프린터를 가리킨다. 이걸 줄곧 내세운 이들은 폭발로 생긴 가스버블(Gas bubble)이 치솟으면서 강력한 물기둥, 물대포가 배를 관통한다고 묘사한다. 그러나 수중에서 폭약이 폭발하면 먼저 충격파(Shock wave)가 음속으로 전파돼 함선 내부 구조에 때로 치명적 손상을 입힌다. 이어 고온ㆍ고압의 가스버블이 팽창, 수축과 함께 수직 상승하다 거품이 꺼지면서 압력파(Bubble pulse)를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 버블 압력파는 함선의 척추인 용골과 거더(Girder) 등 뼈대가 상하로 요동치는 휘핑(Whipping)을 유발, 심하면 선체를 두 동강낸다. 또 충격파가 수면에 도달하면 불룩한 스프레이 돔(Spray dome)이 생기고, 이어 버블 압력파가 스프레이 돔을 관통하는 물기둥(Plume)을 만든다. 그러나 폭발 수심과 함선과의 거리 등에 따라 1차 충격파에 그칠 수 있고, 2차ㆍ3차 압력파가 뒤따를 수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수중폭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각국 해군과 학계, 조선업계 등은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다. 함선의 내(耐)충격 설계와 수중무기 개발 등에 긴요하기 때문이다.
■ 합조단 발표도 아랑곳 않는 의혹은 유치한 수준이다. 이를테면 선체 절단면과 물기둥 논란 등은 버블제트에 매달리는 바람에 마냥 빗나갔다. 죽은 물고기가 왜 떠오르지 않았느냐는 의문은 고열ㆍ고압의 가스버블이 순간적으로 젤리(jelly)상태로 분해해 버린다는 사실을 모른다. 고막을 다친 승조원이 왜 없느냐는 따위의 의문도 희생자들이 아예 산화(散華)하거나 머리를 천장에 부딪쳐 다친 사실에 비하면 아주 주변적이다. 해군 장교를 사칭한 네티즌의'10대 의문'을 언론이 되뇌는 것은 창피한 노릇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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