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상태로 투병 중인 아들을 두고 바람을 피운 며느리를 상대로 시어머니가 이혼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이혼을 허가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포크레인 기사로 근무하던 A(53)씨는 2004년 47살의 늦은 나이로 아내 B(47)씨를 만나 이듬해 혼인신고를 마쳤다. A씨는 늦장가에 더없이 행복해 했지만 결혼 1년 만에 예상치 못한 불행이 찾아왔다. 트럭을 운전하려다 실수로 트럭에 깔린 것. A씨는 생명은 구했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사고발생 1년8개월이 지난 2007년 10월, B씨는 시어머니와 크게 다툰 뒤 친정으로 가버렸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1년 뒤 B씨는 시댁과 협의도 하지 않은 채 "남편을 금치산자(禁治産者)로 하고 나를 후견인으로 해달라"고 신청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아내이면서 후견인이 된 B씨는 그러나 두 달 뒤 다른 남자와 간통을 했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말 못하는 아들을 대신해 자신을 특별대리인하는 이혼 소송을 냈다. B씨는 "남편이 식물인간 상태에 있어 이혼의 의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시어머니가 특별대리인으로 소송을 낸 것은 부적합하다"고 맞섰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이에 대해 "후견인이 금치산자를 대신해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고, 그 후견인이 배우자일 경우에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은 또 "남편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도 그대로 인정했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이혼청구에 대한 법률대리는 제한되기는 하나 배우자의 부정행위 등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는 의사무능력자의 보호를 위해 법정대리인에 의한 이혼 청구가 허용되어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 A씨를 내버려 둔 채 친정으로 돌아가 다른 남자와 간통한 것은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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