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쓰라린 눈물과 통곡으로 46용사들을 애도한 하루였다
천안함 희생 장병 장례 2일째인 26일 전국에서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굳이 너와 나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숭고한 희생 앞에서 경건히 고개를 숙였다. 46용사가 떠난 자리에는 그들이 목숨 바쳐 지키고 싶어 했던 대한민국이 당당하게 남아 있었다.
이날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내 대표합동분향소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설치한 시민합동분향소에는 이름 없는 시민과 군인부터 정치인 공무원 경제인까지 모두 수십 만 명이 조문객이 물밀듯 몰려들었다. 하늘도 슬픔을 이기지 못한 듯 오후부터 전국 곳곳에 비를 뿌렸지만 추모의 발길을 막지는 못했다.
시민합동분향소는 장례가 시작된 25일 전국에 34곳이 있었으나 서울 성동구 영등포구, 경기 고양시 양평군, 전남 목포시 등 5개 기초자치단체가 추가로 설치하며 39곳으로 늘어났다. 이밖에 육군 2작전사령부와 백령도 해병대 6여단 등도 자체적으로 분향소를 마련하는 등 전국적으로 들불 번지 듯 분향소가 생기고 있다. 한국폴리텍대 등 희생 장병들의 모교에도 속속 분향소가 들어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 100여명과 함께 서울광장 시민합동분향소를 찾아 46명의 영정 앞에서 묵념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영정을 하나하나 말없이 응시한 이 대통령은 조문록에 '대한민국은 당신들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글을 적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조문객들이 붙여 놓은 조문판의 쪽지들을 둘러본 뒤 "이번 일을 후퇴가 아니라 더 전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직원과 민원인 출입문인 연풍문 앞에 46용사를 애도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총리실도 오전 박영준 국무차관을 단장으로 중앙 부처 중 처음으로 합동조문단을 구성,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지자체 등은 축제나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했고, 기업들도 검은색 리본을 달거나 조기를 게양하며 기꺼이 추모에 동참했다. 우리은행은 국가애도기간인 29일까지 전 직원이 근조 리본을 달기로 했고, 한국거래소는 근조 리본 부착과 조기 게양으로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와 대한항공도 본사 건물에 조기를 걸었고, 포스코는 예정됐던 전·현직 임원 모임을 취소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은 이날 오후 서울광장 시민합동분향소를 찾아가 조문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