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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출구전략, 어느 장단에 춤추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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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출구전략, 어느 장단에 춤추란 건지

입력
2010.04.2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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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와 한국은행이 출구전략과 관련해 보내는 신호를 보고 있자면 참 헷갈린다. 매번 가리키는 방향이 다르고, 심지어 누가 감독이고 누가 코치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우선 금리인상 시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나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불과 이틀을 사이에 두고 널을 뛰었다. 23일에만 해도"본격적 출구전략 시행은 아직 이르다는 게 대체적 흐름"이라더니, 25일엔 "저금리로 빚어진 과잉 유동성 때문에 경제위기가 생겼는데 저금리로 이 사태를 수습하고 있어 위기를 다시 잉태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도 위기를 잉태하고 있으니 저금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재정부의 주무 국장도 지난 달 "이젠 출구전략 문제도 생각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발언했다가 금리가 폭등하자 부랴부랴 수습했다.

한국은행도 앞뒤가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 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5.2%로 대폭 올려 잡고서는, 곧 바로 "더블 딥(이중 침체)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는 엇갈린 신호를 줬다.

출구전략 국제공조도 혼란스럽다. 24일 끝난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국가들 간에 다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출구전략 국제공조' 폐기를 선언했다. 정부는 "국가마다 똑 같은 시기에 출구전략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출구전략 국제공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국제공조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국은행보다 정부가 말이 더 많은 것도 문제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 시 됐던 '출구 전략' '금리 인상'이라는 단어를 이젠 아예 입에 달고 다닌다. 심지어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허경욱 전 재정부 차관)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할 정도다. 이쯤 되면 시장은 정부와 한은, 누구 사인을 봐야 하는지 헷갈리는 게 당연하다. 선수가 사인을 잘못 읽으면, 경기는 반드시 지기 마련이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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