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테니스가 월드컵 축구를 뻥(?) 차버렸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 조직위는 최근 대회기간 동안 경기장 야외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월드컵 경기를 중계해달라는 일부 팬들의 요청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 전 지역을 ‘월드컵 무풍지대’(Free zone)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전영(全英) 테니스클럽 팀 필립스 회장은 “윔블던 테니스 대회기간 중 잉글랜드 축구팀이 펼치는 월드컵 경기도 중계하지 않을 것”이라며 “월드컵 경기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남아공으로 직접 가거나 아니면 집에서 TV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최근 BBC를 비롯한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매년 6월 넷째 주 월요일에 개막해 보름 동안 열린다. 하지만 올해는 6월11일부터 한 달여 동안 열리는 월드컵 기간과 정확히 겹친다. 특히 대회 3일째인 23일(현지시간)은 미국 알제리 슬로베니아와 함께 월드컵 본선 C조에 속한 잉글랜드가 오후3시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16강행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일전을 겨루는 날이다. 또 잉글랜드가 8강에 오르면 윔블던 남자 준결승전 혹은 여자 결승전이 축구경기와 같은 날짜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
필립스 회장의 이 같은 ‘월드컵 중계 불가’ 발언은 윔블던 테니스대회의 ‘자존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이 8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반해 윔블던은 120년 동안 전통을 쌓아온 테니스대회의 ‘지존’이다. 축구, 야구, 골프 등 메이저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출전선수들에게 반드시 흰색유니폼과 테니스화를 신어야 한다는 규정을 둘 정도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스포츠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드류 바란드는 “윔블던 테니스가 월드컵 때문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을 원치 않는 증거”라며 “티켓 판매에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윔블던 대변인 저니 퍼킨스는 이에 대해 “축구팬들이 이탈하는 만큼 새로운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기회”라며 “오히려 대회 수입이 늘어 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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