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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품질, 산업현장이 바뀐다] <4> LG전자 창원 에어컨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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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품질, 산업현장이 바뀐다] <4> LG전자 창원 에어컨 공장

입력
2010.04.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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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자가 편해야 불량률 뚝' 작업대 따라 특수 의자가 이동

22일 에어컨을 생산하는 LG전자의 경남 창원 공장. 부품을 가득 실은 무인 자동차가 각종 소음을 뚫고 바삐 움직이는 등 생산 시설이 총 가동중이다. 아직 4월이지만 지금 제품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면 여름철 성수기에 대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에 워낙 많은 물량을 생산하다 보니 LG전자는 품질 관리를 위해 독특한 방법을 생산 시설 곳곳에 도입했다. 풀 프루프(Fool Proof)라고 부르는 자동화 품질 보증 시스템이다.

움직이는 의자, 다이나믹 웰딩 체어 시스템

가정용 에어컨의 실외기를 만드는 제 1 공장 2층에는 '다이나믹 웰딩 체어 시스템'이라는 희한한 장치가 설치돼 있다. 각종 부품을 실은 벨트 시스템을 따라 천장에 매달린 의자가 마치 공상과학(SF) 영화처럼 좌우로 움직인다. 여기에 작업자가 앉아 벨트 시스템을 따라 이동하며 용접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불량률을 줄이려고 작업자를 편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구석근 에이컨 제조그룹 부장은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작업하다 보니 장시간 근무해도 지치지 않아 불량률이 현격하게 줄었다"며 "지난해 5월에 직원의 제안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업자를 편하게 해줘야 불량이 줄어든다'는 것이 LG전자 품질 경영의 기본 방침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품질 관리 시스템도 최대한 자동화했다. 작업자를 편하게 해줘서 생산 능률을 올리고 사람이 잡아내기 힘든 미세 공정의 불량도 걸러내기 위해서다. 구 부장은 "품질 관리는 사람보다 자동화가 더 능률적"이라며 "사람은 매일 달라지는 몸 상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정한 품질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생산 라인을 따라 부착된 불량 자동 감지기가 품질 관리 자동화의 대표적 장치다. 라인 옆에 부착된 불량 자동 감지기는 부품 및 작업상태를 자동으로 감지해 이상 여부를 모니터에 표시해 준다. 문제가 없으면 초록색 등이 켜지고, 이상이 발견되면 붉은 등이 반짝거린다. 붉은 등이 켜진 부품은 다시 최초 공정으로 되돌려 보내 처음부터 작업을 다시 한다.

감지기가 부품들을 확인하는 동안 모니터에는 각 부품들의 상태가 계속 바뀌는 숫자와 함께 표시되고 있다. 부품 일련 번호와 함께 상태 및 생산 과정을 컴퓨터에 기록하는 작업이다. 즉,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부품의 가공 이력을 기록에 남겨 제품 판매 후 문제가 발생하면 일련 번호를 대조해 문제를 파악한다. 심지어 에어컨의 핵심인 컴프레서 생산 시설은 소음 상태까지 보관한다.

대형 건물 등에 쓰이는 상업용 에어컨 생산시설은 올해부터 부품을 패키지화하는 평준화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평준화 생산 시스템이란 다양한 제품별로 서로 다른 부품을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작업자가 컴퓨터에서 출력된 부품표를 집어 들면 필요한 부품 보관함에만 초록색 등이 켜진다. 작업자는 등이 켜진 부품만 케이스에 담아 놓으면 무인 전동차에 실려 조립 라인으로 부품이 자동 이송된다. 안상진 에어컨 사업본부 홍보부장은 "제품마다 비슷한 부품들이 많아 작업자가 혼란스러울 수 있어서 평준화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제품 1대에 필요한 부품들이 패키지 하나에 담겨 있어서 1명의 작업자가 4가지 제품을 조립해도 혼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불량 암행어사가 있다

품질 관리를 위한 자동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직원들의 품질 관리 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한 몇 가지 독특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 1 공장 2층에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내 동향을 전하는 게시판이 있다. 여기에 재미있는 코너가 바로 품질지킴이 게시판이다. 불량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게시판인데, 그 중 하나가 암행품 검출 우수 직원 선발코너다.

암행품이란 작업자들이 불량품을 찾아내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생산 과정에 몰래 끼워 넣는 불량 부품이다. 일종의 암행 검사인 이 제도를 통해 가장 많은 불량품을 찾아낸 직원을 포상한다. 물론 찾지 못한 직원은 창피를 당하면서 품질 관리에 대한 각오를 다지게 된다.

또 2층 중앙에는 불량으로 되돌아온 제품 10여종이 전시돼 있다. 제품들 위에는 '우리가 이 정도하면서 보낸 제품을 고객이 알고 있다'는 문구가 커다랗게 붙어 있다. 직원들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생산 라인을 따라 늘어선 작업자들 옆에는 천장에서 늘어진 줄이 하나씩 달려 있다. 작업자가 심각한 불량을 발견했을 때 이 줄을 당기면 에어컨 공장의 모든 생산 시설이 멈춰 선다. 일종의 품질 관리를 위한 급브레이크인 셈이다. 에어컨 생산팀장인 서석장 상무는 "초?삼간을 태워서라도 빈대를 잡겠다는 각오로 마련한 장치"라며 "품질 문제는 작은 것도 확대해서 심각하게 봐야 나중에 몇 배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LG전자는 부품을 납품하는 80여개 1차 협력 업체에 대한 품질 관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부품의 경우 협력 업체의 자체 품질 평가뿐 아니라 LG전자 연구원들이 직접 나가 품질 평가를 한다. 주창회 에어컨 품질보증실 부장은 "매 분기별로 협력 업체가 납품한 제품을 평가해 일정 점수 이상이면 더 많은 물량을 배당하는 방식으로 보상하고 그렇지 못하면 벌점을 부과한다"며 "벌점이 누적되면 거래 중지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에어컨 사업부는 창원 공장의 자동화한 품질 관리 시스템과 각종 제도를 올해 안에 7개 해외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서 상무는 "해외 사업장의 품질 관리를 개선할 수 있도록 창원 공장에서 직원들을 파견해 지도하고 있다"며 "올해는 품질 경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 서석장 LG전자 창원 에어컨 공장 상무

"품질 문제는 침소봉대하라."

경남 창원의 LG전자 에어컨 공장을 총괄하는 서석장(사진) 상무는 품질 관리만큼은 유난히 까다롭게 본다. 원래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해왔지만 도요타 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가져다 준 충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요타 리콜 사태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도요타가 급성장 하면서 놓친 부분을 우리도 갖고 있지 않은 지 반성했다"고 말했다.

서 상무는 말뿐인 반성이 아니라 이를 실행에 옮겼다. 우선 도요타 리콜 사태가 터진 후 곧장 해외 7개 법인에 대해 일제 점검에 나섰다. 원래 매년 2차례에 걸쳐 창원 공장 및 해외 법인의 모든 생산시설을 검사하는데 올해는 이를 앞당겼다. 또 해외 법인장 회의를 하면서 품질 관리에 필요한 자료들을 공유했다.

특히 올해는 창원 공장이 도입한 각종 품질 관리 제도를 해외 법인에 우선 적용할 생각이다. 또 해외 법인이 품질 관리를 위해 도입한 우수 사례가 있을 경우 창원 공장에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서 상무는 "해외 법인뿐 아니라 해외 경쟁사들과도 품질 관리 만큼은 서로 교류를 한다"며 "파나소닉, 다이킨, 미쓰비시 등 일본 업체들이 창원 공장을 견학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에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고객지원센터뿐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도 발벗고 나설 방침이다. 서 상무는 "소비자 불만 사항이 1건 발생하면 연구원이 현장으로 달려가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문제가 된 부품을 가져와 확인하고 개선 방안을 보고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소에 클레임 분석팀을 설치했으며 생산, 구매, 연구팀이 정기적으로 모여 주 단위 및 월 단위로 회의를 한다. 서 상무는 "사후 관리(AS) 사항이 발생하면 연구원들이 나가서 수리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 개선 작업에 참여하니 AS 기사들도 좋아한다"며 "AS 기사가 나가서 수리를 못하면 바로 클레임 분석팀이 달려가 대응할 수 있도록 품질 관리사를 전국 각지에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도 생산 단계부터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량 제로를 위한 품질 관리를 철저히 강화할 계획"이라며 "특히 올해는 에너지를 적게 들이고도 냉난방을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창원=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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