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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위대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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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위대한 손

입력
2010.04.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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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연주회는 다르다. 연주를 앞두고 잠시도 쉬지 않는 지독한 연습이 그것이다. 그건 피아니스트와 피아노의 치열한 싸움 같다. 그의 연습은 피아노란 거친 야생마를 길들이는 일이다. 자신의 손에 익숙지 않은, 생면부지의 피아노를 격렬하게 혹은 부드럽게 조련하면서 착한 짐승처럼 만든다.

그의 연주가 세계 최고 명품 피아노 스타인웨인이 아니라도 최상의 소리를 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하나는 연주회를 마치고 사인을 원하는 팬들에게 마지막 한 사람까지 웃으며 사인을 해주는 일이다. 그에게 사인회는 연주회의 연장이다. 열정적인 연주가 끝나면 만사가 귀찮을 것인데 그는 어린아이에게 더욱 환한 미소로 대한다.

그 아이들 속에 미래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나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저녁 8시에 시작한 연주회가 밤 11시쯤 끝났다. 아주 늦은 저녁식사가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에게 꿈을 선물한다. 나는 세계를 무대로 연주여행을 다니는 그로부터 이번에는 슬로베니아로의 여행을 선물받았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같은 시인이다. 나는 시만 쓰는 '시인'이고 그는 '건반 위의 시인'이다. 나는 내가 쓴 시도 잘 외지 못하는 시인이고, 그는 베토벤이나 쇼팽이 쓴 '소나타'란 그 긴 시를 영혼으로 외워 손끝으로 읽어 주는 시인이다. 그의 손이 위대한 이유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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