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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측정 표준 국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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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측정 표준 국제 비교

입력
2010.04.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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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생활은 측정의 연속이다. 우리는 아침에 눈 뜨면 몇 시인지 확인하고, 속도계를 보며 운전하며, 원하는 양의 식료품을 쇼핑한다. 측정을 하지 않으면 사회생활 자체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모든 측정의 정점에는'국가 측정 표준'이 있다. '국가 측정 표준'은 그 분야에 대해 가장 정확한 값을 제공하는 장치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하고 보급해서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측정의 기준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30만년에 1초도 틀리지 않는 원자시계들로 국가 시간 표준을 확립해서, 시각 방송을 하고 통신회사 등 산업 현장에 정확한 시간을 보급한다.

국가 표준으로 기준기를 맞추면 이들 기준기는 다시 다음 수준의 기준기나 측정 장치를 맞추는 데 사용된다. 이런 과정을 거칠 때마다 정확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므로 '국가 측정 표준'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보다 수백 배부터 수만 배 이상의 정확도가 요구된다.

일상생활에서는 100분의 1초 정도면 충분하지만, 아주 작은 시간을 쪼개 정보 신호를 처리하는 첨단 정보통신 제품들을 위해서는 30만년에 1초 이내로 틀리는 시간 측정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관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앞선 측정 표준이 필요한 것이다.

글로벌시대에는 국가 안에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측정 표준을 일치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60개국 이상이 참여한 '측정 표준과 교정 및 측정 성적서 상호 인정 협정'이 발효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국제 비교를 통해 국가 간 측정표준의 동등성을 확보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국제 비교를 통해 기술이 인정된 기관이 발급한 측정 성적서에 대해서는 각국이 상호 인정하자는 내용이다.

여기서 국제 비교란 각 국가의 측정 표준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일종의 시험을 보는 것이다. 국제기구인 국제 도량형 총국이 주관하는 이 시험에는 각 나라의 '국가대표 측정기관'들이 참여하는데, 참여국의 성적은 그래프 형태로 가감 없이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이 그래프를 보면 참여국 간 측정값이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는지, 그리고 각국의 측정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국제 비교 결과가 기술 규제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위 협정의 두 번째 내용을 예를 들어 풀어보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우리나라의 배기가스 측정 능력이 국제비교를 통해 인정되었으므로 별도로 미국에서 배기가스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된다. 언뜻 보면 무역장벽을 없앤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만일 우리나라가 배기가스 측정 능력을 인정 받지 못한 경우라면 해석은 완전히 달라진다. 일차적으로 타국에서의 시험검사를 통과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국제적 기준을 갖추지 못한 나라의 제품으로 치부되어 품질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무역 대국인 우리나라는 현재 150여 분야에 대해 측정 표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환경 보건 안전 관련 규제 증가와 신산업 창출에 따라 측정 표준 수요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은 온 국민을 기분 좋게 해준다. 하지만 국제 비교는 우리의 산업 경쟁력과 국격 향상을 위해 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시험이다. 적시에 필요한 측정 표준을 확립 보급하고 국제 비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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