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도 없이 빌린 돈으로 코스닥 상장사 등을 인수한 뒤 인수한 회사에서 막대한 자금을 빼돌린'무자본 기업사냥꾼'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유상범)는 25일 1,00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업 인수ㆍ합병(M&A) 전문가 박모(43)씨를 구속기소하고 김모(49)씨 등 사채업자와 회사 임직원 1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에스씨디, 액티투오 등 코스닥 상장사 4곳과 비상장사 2곳을 차례로 인수해 이들 회사의 자금 1,132억여원을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하는 등의 수법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2003년부터 매년 3,4개 회사의 M&A를 추진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20여개 기업의 M&A에 관여해 코스닥에서'기업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박씨는 자기 자본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사채업자와 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려 회사를 인수한 뒤 인수한 회사의 돈을 빼돌려 회사 인수자금 및 다른 회사 횡령자금 변제에 사용하는 수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수시로 차명의 그늘에 숨기도 했다. 박씨는 차명으로 비상장사 대영강재를 인수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차명 주식을 취득ㆍ매매하는 수법으로 대주주가 일정기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한 보호예수제도의 그물을 간단히 피했다. 그는 특히, 대영강재에서 170억원을 횡령한 뒤 이 회사를 액티투오에 합병시켜 횡령사실 자체를 숨기는 '묘수'를 쓰기로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박씨 등은 에스씨디의 유상증자 진행 과정에서도 차명자금과 사채업자들의 자금을 대거 투입, 유상증자가 성공한 것처럼 공시해 주가를 띄운 뒤 차명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수법으로 35억원의 부당차익을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횡령과 배임, 주가조작, 차명 유상증자 참여 등 무자본 M&A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범죄의 종합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에스씨디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가 상승의 호재를 만들어줬던 외국계 펀드 P사가 실제로는 국내 사채업자가 운용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P사 임원 문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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